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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지신밟기

by 아네모네(한향순) 2014. 1. 30.

 

 

지신밟기

 

한 향 순

 

음력 정월 초하루인 설날이 지나고 보름이 더 있으면 정월 대보름이 된다. 설날과 대보름에는 여기저기서 민속놀이나 우리나라 고유의 행사가 많이 열린다. 그중에 내가 좋아하는 지신밟기라는 놀이가 있다.

 

지신밟기는 옛날부터 정월 대보름에 행해지던 일종의 가면행렬놀이였다. 마을과 집안의 평안을 빌고 나아가서는 한해의 풍년을 기원하는 행사였다. 음력 정월 대보름 농악대가 집집을 돌며 지신(地神)을 달래고 복을 비는 민속놀이로 지방에 따라서는 마당 밟기나 '매귀(埋鬼)'라고도 했다.

 

지신을 밟으면 터주가 흡족해하여 악귀를 물리쳐 주인에게 복을 가져다주고 가족의 수명과 건강을 지켜주며 풍년이 들게 해준다고 전한다. 풍물패 일행을 맞이한 주인은 주안상을 차려 그들에게 음식을 대접하고 금전이나 곡식으로 사례를 했는데, 이렇게 모은 금품은 마을의 공동사업에 쓰기도 했다. 

 

 

 

요즘의 지신밟기는 마을사람 모두가 합심해서 악귀를 쫓고 다 같이 복을 누리자는 공동체의식이 한껏 발휘되는 놀이이다. 또한 우리 마을이나 우리 지방의 땅만을 밟는 것이 아니라, 삼천 리 금수강산을 고루고루 밟는다는 민족 공동체의식이 담겨있다.

 

집에서 가까운 민속촌을 자주 다니면서 해마다 지신밟기 행사를 눈여겨보던 차에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이나 중국 등 세계 곳곳에 퍼져있는 해외 동포들도 설이 되면 풍물패를 불러 지신밟기 행사를 한다는 기사를 보았다.

 

이렇게 좋은 의미가 담겨있는 풍습을 세계에 널리 알려서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가 같이 신명을 나누는 고유의 풍습으로 발전시키고, 서로 반목하고 대립하는 사람들도 이날만은 함께 민족 화합의 장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월간   < 불교 > 2월호 포토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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