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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기/중남미 여행

쿠바의 하바나 (2008 , 4 )

by 아네모네(한향순) 2009. 9. 24.

 

 

흘러간 시간속의 도시 하바나

먼저 하바나 공항에 도착하니 빨간 남방셔츠에 까만 바지를 입은 흑인 한명이 반갑다는 플래카드를 들고 나와 있었다. 도대체 어쩐 일인가 했더니 공산국가이어서 한국 가이드가 없고 현지인 중에서 그나마 한국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 가이드로 활동하고 있었다. 가이드인 알도는 김일성대학에서 4년간 수학하였다는데, 유창하진 않지만 그런대로 의사소통이 되었다. 나중에는 농담도 제법 하고 나름대로 유머까지 구사했다.

 

 

 

 

먼저 우리는 혁명광장으로 갔는데, 그날이 바로 노동절 전날이라 행사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그 나라는 노동절을 아주 중요한 행사로 생각하기에 정작 내일은 차들이 막혀 와보기 어렵다고 했다.

혁명광장 주위에는 내무성 건물과 국방성, 국영방송국 등이 있었는데, 사회주위국가답게 커다란 현수막에 인물사진들이 크게 붙여있었다.

더구나 내무성건물에는 그들이 영웅처럼 생각하는 체게바라의 커다란 초상화가 붙어있고 “영원한 승리의 그날까지”라는 구호도 쓰여 있었다.

 

 

하바나 관광의 중심지는 구 하바나이다. 국회 의사당과 수많은 박물관과 교회, 미술관이 있고, 럼 공장과 시가로 유명한 담배 공장도 있다.

 하바나 시는 100년 전에 지어진 도시답게 모든 건물에 칠이 벗겨지고 전혀 보수가 되어있지 않아 피폐해 보였고,

거리의 차들도 영화에서 보았던 1950년대에나 있음직한 구형 자동차들이 즐비했다.

미국의 경제봉쇄정책과 사회주의 국가의 몰락이 맞물려 마치 시간이 정지된 도시 같았다.

 

 

 

국회의사당 앞에서 단체로 사진을 찍는 젊은이들이 있었는데 우리가 어렸을 때 사진관에서 찍던 보자기를 씌우고 위에서 내려다보며 찍던 구형 사진기였다.

지금은 골동품 전시장에나 있을법한 사진기를 보니 너무도 신기하였다.

그러나 시민들의 표정은 밝고 젊은이들의 희희낙락하는 모습이 순진하고 해맑아 보이는 것은 춤과 음악을 사랑하는 그들의 낙천적인 국민성 때문인 것 같다.

올드 하바나 저편에 아파트 같은 건물이 보였는데 70년대 우리나라 시영아파트 같이 칠은 벗겨지고 마치 낡은 폐허처럼 보였다.

어린왕자의들꽃사랑마을

하바나에 도착한 날은 금방 날이 어두워져 호텔로 들어가 여장을 풀었다. 그래도 생각보다는 호텔도 깨끗하고 수영장까지 잘 갖추어 놓았다.

우리 일행은 쿠바의 밤을 그냥 보내기 아쉬워 맥주와 안주를 들고 바닷가로 나가 철썩이는 해조음을 들으며 늦은 밤까지 이야기를 나누다가 들어와서 잤다.

어린왕자의들꽃사랑마을

 

 

 

 

하바나 시를 둘러본 후 우리는 헤밍웨이가 살던 박물관을 향했다.

헤밍웨이는 미국인이지만 카리브 해의 진주인 하바나를 무척 좋아하여 그곳에서 21년 동안이나 살면서 많은 작품을 남겼다.

특히 노벨 문학상을 받은 <노인과 바다>도 이곳에서 집필하였다고 한다. 그가 살던 생가는 지금은 박물관으로 사용하며 깨끗하게 관리를 하고 있었다.

거실이나 부엌도 넓었으며 서가를 가득 메운 책들과 낚시와 사냥을 좋아하는 그의 취미를 그대로 나타내는 집기들이 방마다 놓여있었다.

 또한 그가 쓴 <노인과 바다>의 주 무대였던 코히말 지역도 둘러보았다.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이 가장 싫어하는 쿠바에서 미국인인 헤밍웨이 때문에 막대한 관광수입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헤밍웨이가 타고 낚시를하던 배와 아래는 사냥을 즐겨하던 초상화

 

 

이튿날은 너무도 날씨가 청명하여 아침 일찍 일어나 바닷가를 산책했는데, 하얀 모래와 에메랄드빛 바다가 너무 아름다워 끌리듯이 걷다가

호텔로 돌아와 식사를 했다.

오늘은 신시가지와 구시가지 관광을 하기로 했다.

구 시가지에는 하바나 성당과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머물던 호텔이며 자주 찾던 카페가 있었는데, 그곳에는 당시의 헤밍웨이의 여러 사진과 <노인과 바다>를 촬영한 영화 포스터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리고 카를로스요새와 말레콘이라 불리는 방파제가 인상적이었다.

 도시 옆 해안에 20 리나 되는 긴 방파제가 둘러져 있었는데 파도가 치면 방파제를 넘어오는 물보라가 6차선 도로를 덮치고 느닷없이

물벼락을 맞은 차나 사람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대로 유유히 가고 있었다.

아쉬웠던 것은 시간이 허락한다면 그 유명한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의 음악도 들어보고 싶었고 쿠바 특유의 춤인 룸바나 살사공연을 보고 싶었지만 개인적인 시간을 얻지 못해 아쉬움을 남긴 채 칸쿤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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