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한 태고의 파라다이스 케언스
한 향 순
케언스는 호주 북동부에 있는 작은 해안도시다. 호주에서도 가장 깨끗한 땅이라는 퀸즐랜드 주에 있으며
그곳에서도 최고의 청정지역으로 손꼽히는 도시이다.
호주라면 흔히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와 하버브리지를 연상하지만 호주의 진짜 매력은 이 지역에 숨어 있다.
영화 아바타의 모티브이기도 했던 열대우림, 거대한 산호초지역과 태고의 자연이 잘 간직되어 있기 때문이다.
케언스는 연중 200일 이상 맑은 날씨가 지속되는 지상의 파라다이스라 할 수 있다.
적도와 가까이 있지만 여름에는 덥지 않고 한겨울에도 그리 춥지 않다. 평균기온이 17도에서 31도 사이라니
그야말로 여행하기에 좋은 최적의 조건이다. 그런 기후 덕분에 휴양관광은 물론 젊은이들의 액티비티의 천국이자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이 도시는 원시적인 대자연과 세련된 도심, 아름다운 해안을 고루 갖추고 있어 다양한 층의
여행자에게 만족감을 안겨준다.
우리 부부는 호주 브리즈번에 있는 아들네 집에 다니러 갔다가 온 식구가 휴가를 내어 케언스로 여행을 왔다.
브리즈번에서는 비행기로 2시간 30분쯤 걸리는데, 워낙 땅덩이가 크다보니 같은 주에서 이동하는데도 시간이 걸렸다.
손자들까지 3대가 함께하는 여행이라 여러 가지 힘든 점이 많았지만 오랜만에 온 가족이 같이 온 휴가라
아이들은 물론 우리까지 마음이 들떴다.
케언스에서 제일 먼저 찾은 곳은 쿠란다 국립공원이었다. 이 공원은 호주의 원주민이 살던 아주 오래된 열대우림지역이다.
영화 아바타의 배경이 될 만큼 험하고 기묘한 밀림지역을 가려면 오래 된 관광기차를 이용하거나 스카이 레일을
타고 가야 한다. 우리는 스카이 레일을 타고 국립공원을 찾았는데, 쿠란다 마을을 가기 전에 곤도라가
열대우림지역을 지나면서 두 번 정차를 하면 잠깐 내려서 크고 거대한 나무들로 우거진 열대우림지역을 관람한다.
아마존의 열대우림 지역보다 훨씬 오래 되었다는 이 곳에는 어마어마하게 키 큰 나무들이 뿌리를 드러낸 채 서 있었다.
거대한 나무 사이로 목조다리를 놓아 관광객들이 체험을 할 수 있게 하였는데 처음 보는 기묘한 열대식물들이
그저 신비스럽게만 느껴졌다.
쿠란다 마을은 원래 자푸카이족이 살던 원시마을이었으나 200년 전 쯤에 금광이 발견되면서
사람들이 몰리고 금을 실어 나르는 열차가 생겼다고 한다. 요즘에는 우리의 민속마을처럼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기념품을 파는 상점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었다.
‘레인포레스테이션’에는 세계 제2차 대전 때 쓰였던 수륙양용의 장갑차가 육지를 달리다가 늪지로
빠져 들어가 열대우림을 체험하게 하고 있다. 그곳에는 수십 종의 희귀한 멸종식물과 곤충 등이 서식하고 있으며,
열대지방에만 있는 동물들도 구경할 수 있다. 특히 ‘율리시즈’라는 파란 나비를 세 번 이상 보면 소원을 이룰 수
있다고 하여, 늪지에서 나비를 찾느라 정신이 혼미해 질 정도였다.
호주의 에보리진은 영국인이 들어오기 전부터 이곳에 터를 잡고 살고 있던 원주민들이다.
그러나 백인들이 들어오면서 많은 차별과 억압을 당했고 교육을 받지 못하여 현실에 적응하지 못했다.
그래서 원주민 대부분은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못하고 정부의 보조금을 받으며 살고 있다.
쿠란다 마을에는 원주민 자푸카이족이 살고 있었는데 그들은 옛날부터 수렵이나 채집 활동을 하며
생활하였기에 힘도 세고 덩치들도 컸다. 지금은 관광객을 상대로 원주민 쇼나 그들의 문화를 보여주기 위해
사냥하던 모습이나 춤을 보여주었다.
다음날은 우리가 가장 기대했던 산호초를 보러 가는 날이었다.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는 영국 BBC에서
추천한 죽기 전에 꼭 보아야 할 곳 중, 2위에 오른 곳이며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가장 큰 규모의 산호초 지역이다.
그러기에 이 지역에서는 스카이 다이빙이나 스노클링을 하며 바다 속에 보석처럼 흩어져 있는 아름다운
산호초를 감상하려는 사람들이 각국에서 몰린다. 또한 액티비티를 즐기는 젊은이들이나 신혼여행지로도 각광을 받는 곳이다.
우리가족도 케언스에서 커다란 배를 타고 한 시간 넘게 달려서 멈춘 곳은 리프 한가운데 있는 폰툰이었는데,
마린 월드 플랫 홈을 만들어 놓은 곳이었다. 그곳은 4천 여 종의 산호초 군락지이며 수천가지의 어종과 해양
생물들이 서식하고 있는 곳이었다. 우리는 장비를 갖추고 스노클링을 하기위해 짙푸른 물속에 뛰어 들었다.
스노클링을 하면서 내려다 본 바다 속은 그야말로 화려한 신세계였다. 마치 수족관이나 영화에서 본 것처럼
형형색색의 산호초 사이로 희한한 열대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헤엄치고 있었다. 폰툰에서는 바다 오염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서 스노클링을 하고 나서도 비누는 물론 화학제품을 전혀 사용할 수 없으며 맹물로 샤워만 한 뒤에
옷을 갈아입게 하고 있다.
케언스에서 짙푸른 해안가를 끼고 더 북쪽으로 올라가면 넓은 들판에 사탕수수가 끝도 없이 있는
포트 더글러스나 데인트리 국립공원이 나온다. 데인트리 강에서 야생 악어 구경도 하고 가로수로 심어놓은
망고나무에서 실컷 망고도 주워 먹고 케언스에 있는 동안 우리는 맘껏 원시자연을 즐겼다. 관광지라기에는
한적하고 조용한 도시 케언스, 도심에서 박쥐가 떼를 지어 날아다니고 푸른 바다가 인접해 있는 아름다운
케언스에서의 휴가는 우리의 몸과 마음을 자연인으로 리셋해주는 것 같았다.
< 여행작가>
2016, 3,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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