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홀한 원시의 신비 옐로스톤
한 향 순
미국 최초의 국립공원 옐로스톤을 만나러 가는 길은 험난하기만 했다.
먼저 사진출사를 같이 할 동반자를 구하고 미국에서 우리를 안내해 줄 가이드를 구해야 했다.
옐로스톤은 기후 때문에 대부분 5월 중순이 되어야 완전히 개방을 하고 9월 말쯤에 공원 문을 닫으므로
일 년 중 여행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아주 적은 편이다.
더구나 공원 안에 있는 숙소는 비싸기도 할뿐더러 일 년 전쯤에 예약을 해야만 가능하다고 했다.
우리는 여행 시기를 성수기인 7월 초쯤으로 정하고 4개월 전부터 비행기 티켓을 예악하고 준비를
했으나 숙소는 옐로스톤 주변의 작은 마을에서 자기로 했다.
동행은 오랫동안 같은 사진생활을 해 온 다섯 명의 친구들로 팀을 꾸렸고
우리들은 그때부터 설레기 시작했다. 그러나 조금 걱정스러운 것이 있었는데,
비행기로 샌프란시스코를 경유하여 솔트레이크까지 가야 하는데 경유하는 시간이
1시간 30분으로 조금 촉박한 것이었다.
그러나 출발일이 되어 미국행 비행기가 이륙을 하고 운이 좋게도 30분이나 빨리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다.
그러나 오래도록 비행기 문을 열리지 않았는데, 샌프란시스코 공항의 체증으로 비행기를 댈 자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도착한 지 한 시간 만에야 겨우 비행기 문이 열리고 쏜살같이 뛰어나갔으나
짐이 늦게나오는 바람에 입국심사대에 도착하니 벌써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공항에서 우리의 사정을 이야기하고 선처를 바랐으나 아무것도 급하지 않은 그들에겐 그저 남의 일이었다.
결국 우리가 타려던 비행기는 떠나버린 상태이고, 우리는 세 시간 후 다른 항공편으로 갈 수 밖에 없었다.
겨우 솔트레이크에 도착하여 조급한 마음을 추스르고 짐을 찾으려 내려왔는데 이게 웬일인가.
아무리 기다려도 한사람의 짐이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삼년 전, 미 서부 출사 때에도 남편의 짐을 잃어버려 큰 곤욕을 치렀는데, 미국에 다시 온 지 3년 만에
이 무슨 악연인지 몰랐다. 항공사에 물어보아도 다음 비행기를 기다려 보라는 말밖에 다른 대안이 없었다.
가이드를 만나 우여곡절 끝에 짐을 찾고 보니 밤 12시가 가까웠다.
출발부터 비행기를 놓쳐서 황망했는데 트렁크까지 분실하여 큰 혼란을 겪고 보니 그저 모든 것이 불안하기만 했다.
그러나 세상 일이 어디 마음먹은 대로 만 되던가. 또한 우리 앞에 어떤 장애가 기다리고 있을 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다.
그저 이번 여행이 무사히 끝날 수 있기만을 마음속으로 빌었다.
새벽부터 하루 종일을 달려서 그랜드티턴 국립공원에 잠시 들렸다가 바로 옐로스턴 국립공원에 입성하였다.
옐로스톤은 60만 년 전, 화산 폭발로 만들어진 국립공원이다. 미국의 몬태나 주와 와이오밍 주,
그리고 아이다호 주가 합쳐서 만들어진 미국 최초의 국립공원이다.
면적은 우리 남한의 2,5배라니 크기가 정말 방대하다. 그러기에 우리는 중요한 포인트만 보기로 하고
제일 먼저 간 곳이 올드 페이스풀이다.
원시자연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이곳은 아직도 지하에서 마그마가 끓어오르며 지각활동을 벌이는데
간헐천이 하루에 90분 주기로 분출이 된다. 분출되는 시간은 2~5분 정도이고 그 높이가 무려 50m쯤 된다고 한다.
분출 시간이 가까워오자 많은 관광객들이 분화구 주위로 몰려 분출을 기다린다.
위로 분출되는 것은 가이저라고 하고 옆으로 넓게 끓어오르는 것은 스프링이라고 하는데
올드 페이스 풀은 옐로스톤에서 제일 높이 분출되는 가이저이자 간헐천이다.
드디어 힘찬 분출이 시작되고 뜨거운 물기둥이 하늘 높이 솟구친다. 분출되는 모양은 바람이나
그날의 기후에 따라 달라지는데 빛을 받으며 뜨거운 물기둥이 솟구치는 모습은 정말 놀랍도록 경이로운 광경이었다.
다음에는 미드웨이 지역에 있는 그랜드 프리즈매틱 스프링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곳은 옐로스톤에서 가징 크고 아름다운 핫 스프링으로 직경이 무려 90m나 된다고 한다.
사실 가까이에서는 너무 거대하여 그곳의 실체를 잘 볼 수 없고 조금 떨어진 산위에 올라가서 보면
마치 이글거리는 거대한 태양처럼 보이는데, 가운데는 푸른 물감을 풀어놓은 사파이어 같다.
파란색 주변은 주황색과 갈색의 색채들이 신비한 무늬를 만들고 있는데 그것은 그곳의 살고 있는
미생물이나 박테리아 때문에 생긴 현상이라고 한다.
거대한 온천에서는 뜨거운 물 때문에 뭉게구름 같은 수증기가 계속 솟아오르고 두개의 스프링 사이로
산책로를 만들어 관광객들이 환상적인 풍경을 볼 수 있게 하였다.
그러나 고운 색감에 반해 손을 넣어보거나 발을 헛디딜 경우에는 사망에 이룰 수 있을 정도로
물의 온도가 높기 때문에 가는데 마다 위험 표지판이 있었다.
우리는 전날 오후와 이튿날 다시 한번 이곳을 관람했는데 갈 때마다 경이로운 광경에 취해
자연의 신비함에 그저 감탄할 뿐이었다.
또한 옐로스톤은 140년 전, 야생과의 공존을 시도한 장소답게 야생동물의 보고이기도 하다.
버팔로를 비롯하여 야생늑대나 엘크라는 사슴 비슷한 뿔을 지닌 동물들을 많이 살고 있다고 한다.
1988년 공원에 큰 산불이 나서 거의 삼분의 일 정도의 면적이 불에 탄 일이 있었는데
그때 버팔로나 야생동물도 많이 희생이 되었다고 한다. 옐로스톤에는 특히 로지풀 소나무라는
쭉쭉 뻗은 소나무들이 많았는데 아직도 불에 탄 곳이 복구가 되지 않아 곳곳에 고사목으로 많이 남아 있었다.
가끔은 가위에 눌리듯 힘들게 길을 걷다가 꿈에서 깰 때가 있다. 누가 등을 떠민 것도 아닌데
무엇 때문에 아직도 무거운 짐을 꾸리고 낯선 길을 찾아 헤매는지 모를 일이었다.
대개의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극복하지 못하는 자신만의 안나푸르나를 지니고 있을 것이다.
그것을 찾으려는 목마름으로 여행자들은 오늘도 길 위에서 새로운 길을 찾고 있다.
2016년 9,10월호 <여행작가>
'나의 글모음 > 포토기행(길에서 길을 생각하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교토의 기온 거리 (0) | 2017.01.27 |
---|---|
빙하기의 마지막 작품 (0) | 2016.12.21 |
바다의 신기루 풀등 (0) | 2016.07.20 |
안개 숲속의 산수국 (0) | 2016.05.22 |
청정한 태고의 파라다이스 케언스 (0) | 2016.03.2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