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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모음/수필집 ( 인연의 끈)

글쓰기의 어려움

by 아네모네(한향순) 2018. 2. 26.





글쓰기의 어려움

 

                                                                                                               한 향 순

 

요즘 글쓰기가 점점 어렵고 힘들어진다. 글을 쓰기가 어려운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

수필을 쓰기 시작한 삼십여 년 전부터 엄살처럼 하던 말이지만, 요즘 들어 부쩍 한계에 부딪히곤 한다.

감성도 푸석푸석하게 마른 가랑잎처럼 말라버리고, 나이가 들면서 기억의 창고 속에 들어있던 어휘들마저

하나 둘 실종되어 버리고나니 머릿속의 생각만 많아지고 그 생각을 풀어내기가 쉽지 않다.

렇다고 글쓰기를 아예 포기하고 살면 편할 것 같은데, 글을 쓸 일은 점점 많아지고

좋은 글에 대한 열망도 강해지니 이 무슨 모순인지 모르겠다.


요즘은 자기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글과 사진이 많이 이용되고 있다. SNS를 통해서 자기의 생각이나 일상을 공개하고

다른 사람들과 생각을 공유하는 일이 잦아지다보니 간단한 문자 메시지에서부터

카카오 톡이나 밴드, 블로그까지 일상적인 글을 쓰는 일이 많아졌다.

그러다보니 어휘나 표현이 잘 못되어서 오해를 받을 때도 있고,

전하고자 하는 내용이 잘못 전달되어 엉뚱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더구나 많은 사람들이 보는 잡지나 매체에 올리는 글은 더욱 조심스럽고 걱정이 된다.

올해 우연치 않게 어느 단체의 장을 맡아 일을 하게 되었다.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라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많은 회원들과의 소통이 만만치 않았다. 서로의 입장이 다르니 생각도 서로 다르고 의견도 분분했다.

그럴 때 설득력 있는 글로 내 생각을 조리 있게 전달해야 하는데 그런 일들이 점점 어렵게 느껴진다.

글을 쓰는 것은 결국 자기의 생각을 쓰는 것인데 어느 때는 생각이 꽉 막혀서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답답할 때가 있다.


며칠 전, 신문의 칼럼을 읽다가 마음에 와 닿는 대목을 발견했다.

 좋은 글과 좋은 삶에는 공통점이 있는데 길이와는 별 상관이 없다고 했다.

사람의 영혼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단 한 줄의 글도 충분할 때가 있다.

 다만 생명력이 있는 글이 좋은 글인데. 생명력이 있는 글이란 불필요한 부사가 쓰이지 않은 담백한 글이라고 했다.


불필요한 수식어는 작가가 자신의 주장에 확신이 없을 때 남발하게 되고,

그런 사람들은 부사를 내세워 자기주장을 정당화 하려고 한다. 아무리 자기주장이 옳고 맞는다고 하더라도

지나치게 단정적인 어조로 쓰인 글은 유연하지 못하며 생각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고

상대방을 궁지로 몰아넣을 수도 있다고 쓰여 있었다.


그 글을 읽고 나자 그동안 잊고 있던 수필공부를 하던 시절이 생각났다.

처음 수필을 배우기 위해 문화센터의 문을 두드린 것이 1989년이니 거의 30여 년이 되어간다.

그 후로 10여 년간 꾸준하게 수필공부를 하며 어떻게 하면 좋은 수필을 쓸 수 있을까 고심을 많이 하였다.

그때 읽던 이론서들이 이태준의 <문장 강화> 윤모촌의 <수필 쓰는 법> 등 이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오늘 신문에서 읽었던 것과 비슷한 내용들이었다.


나를 수필의 숲으로 이끌어주셨던 스승 이정림의 <인생의 재발견, 수필 쓰기>

 그동안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강의내용을 전부 옮겨 놓은 듯 했다.

 강의 시간에 좋은 글을 쓰고 싶으면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라. 글은 곧 그 사람이기 때문이다.”라는 말을 자주 하셨는데

글에는 글을 쓴 사람의 인생관이나 생각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일 것이다.


그 시절에는 같이 공부하는 회원들의 글을 합평하며 서로에게 신랄한 비평도 서슴없이 하였는데,

귀에 쓴 소리가 마음의 상처도 되었지만 결국은 수필을 오래 쓸 수 있게 한 밑거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남의 글을 읽으면 객관적인 시선이 되어 단점이나 고칠 점들이 잘 보이는데 정작 내 글을 쓰다보면

자기 생각에만 빠져서 그런 것이 안보이니 답답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비아냥거림이 시중에 유행하는지 모르겠다.

글도 생각도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마음이 깔려있지 않으면 절대 상대방에게

공감을 줄 수가 없고 마음을 얻기가 힘들 것이라 생각 한다.

결국 좋은 글은 덧칠을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내보이는 글이 아닐까

생각하며 오늘도 끙끙거리며 컴퓨터 앞에서 씨름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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