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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모음/포토기행(길에서 길을 생각하며)

뭉크의 절규와 비겔란 조각공원

by 아네모네(한향순) 2018. 4. 15.



뭉크의 절규와 비겔란 조각공원

 

                                                                                                                                                             한 향 순

 

노르웨이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국민소득이 높은 복지국가이자,

<절규>라는 작품으로 유명한 화가 뭉크의 조국이라는 것이 떠오른다.

 북유럽을 여행하면서 맨 처음 들른 노르웨이의 오슬로는 나의 선입견을 그대로 반영하듯 어딜 가나

 해골 같은 사내가 두려움에 떨며 귀를 막고 있는 <절규>라는 작품이 눈에 띄었고, 오슬로에는 뭉크박물관도 세워져 있었다.


에드바르 뭉크는 어렸을 적부터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어머니와 누나를 결핵으로 잃었다고 한다.

그 후, 광적으로 변해간 아버지 밑에서 자라며 유약한 성격 탓인지 그는 정신병을 앓았다.

많은 사람이 뭉크의 불행했던 일생을 알고 있기에 <절규>는 그의 불안한 심리상태를 반영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뭉크의 <절규>에 나오는 붉은 하늘은 인도네시아에서 실제 있었던 화산폭발이었다고 한다.

화산재는 이듬해까지 전 지구로 퍼져 대낮에도 미국과 유럽의 하늘을 노을처럼 붉게 물들였다.





당시 오슬로의 하늘과 자연은 크라카타우 섬에서 발생한 화산폭발의 여파로 실제로 이상현상을 보였다고 한다.

 뭉크는 이때의 강렬한 경험을 스케치했다가 정확히 10년 후 캔버스에 옮겼고, 절규는 1893년에 탄생했다.

 뭉크의 절규는 내면적인 절망보다 대자연의 재해를 보고 경악하고 있다고 해석한다.

혹은 뭉크의 내면에 도사리고 있던 절망이 물리적인 큰 재앙으로 인해 극대화 되었을지 모르겠다.

뭉크는 유독 자화상을 많이 그렸는데, 자기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여러 가지 자신의 모습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절규도 4가지의 버전이 있다고 한다. 정작 우리에게 익숙한 사람이 귀를 막고 있는 그림은

두 번이나 도난을 당한 적이 있으며 정작 뭉크 박물관에는 없었고 노르웨이 국립 박물관에 소장 되어 있다고 한다.

한 예술가에 의해서 그 나라를 가보고 싶고 기억하고 싶은 곳이 되는 것은 정말

문화의 힘이 얼마나 우리에게 크게 작용하는지 느끼게 해준다.




복잡한 뭉크 박물관을 나와 들른 곳은 시야가 확 트인 비겔란 조각공원이다. 노르웨이 출신의 세계적인 조각가

 구스타브 비겔란(Gustav Vigeland)과 그의 제자들이 제작한 조각 작품 200여 개가 전시된 공원이다.

전에 어느 지인의 수필에서 비겔란 조각공원의 작품을 읽은 적이 있다. 엄마의 입에 수건을 물리고 등에 타서 심술궂은

놀이를 하는 아이에 관한 글을 읽고 공원이 더욱 친숙하게 느껴졌다.

비겔란 조각공원은 아름다운 자연과 예술 작품이 훌륭한 조화를 이루어서 오슬로가 자랑하는 대표적인 문화 공간으로 꼽힌다.

 

비겔란은 자신의 일생 동안 영혼을 바쳐 조각한 작품들을 오슬로 시에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오슬로 시는 공원 설계와 작품을 의뢰했고 비겔란은 13년에 걸쳐 청동, 화강암, 주철을 사용한 다양한 작품을 준비했다.

작품을 관통하는 테마는 인간의 삶과 죽음을 아우르는 희로애락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비겔란은 자신이 온 힘을 기울인 공원이 완성되기 전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 후 비겔란의 제자와 오슬로 시민들이 합심해서 지금의 공원을 완성했는데,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와서 보라는 뜻으로 입장료를 전혀 받지 않는다.





공원에 전시된 비겔란의 수많은 작품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높이가 약 17m에 달하는 화강암 조각상 모놀리트(Monolith)’.

 멀리서 보면 그저 커다란 기둥처럼 보이지만, 121명의 남녀가 엉켜 몸부림치는 모습이 생동감 있게 묘사된 작품이다.

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고 안간힘을 쓰는 군상들은 인간의 본성을 나타내며

실제 사람의 크기로 조각되어 더욱 역동적인 느낌을 보여 준다.


그 밖에도 야외 정원을 천천히 산책하며 곳곳에 설치된 다양한 조각 작품을 감상하였다.

호수와 다리, 사람이 태어나서 성장하고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며 늙어가는 일생과 <,,,>를 다룬 커다란 분수대의 조각들.

장미 정원 사이사이로 자리한 작품들은 비겔란이 혼신의 힘으로 인간의 일생을 담아 낸 것이기에 보는 이에게 깊은 감동을 준다.

또한 그 많은 조각 작품들이 모두 옷을 입지 않은 나신으로 표현된 것이 특징이다.

그가 제자들과 공동 제작한 조각 작품들 중에 공원의 랜드 마크이자

기념사진 촬영 포인트로 인기 있는 '심술쟁이 소년'도 아주 유명한 작품이다.




흔히 노르웨이를 여행하게 되면 유럽여행을 졸업한다고 말하는데, 그만큼 노르웨이는 유럽여행 중에서도

가장 마지막에, 가장 충격적인 경관을 선사하는 나라이다.

 노르웨이에서 물과 산이 함께 있는 곳은 웬만하면 모두 피오르드라고 할 수 있는데,

규모가 큰 피오르드 지역에 가게 되면 깎아지는 절벽과 눈이 시린 파란 바다에 압도되곤 한다.

 특히 베르겐에서 위쪽으로 올라가면 아름답기로 유명한 게이랑에르 피오르드와

뵈이야 빙하는 우리의 오감을 만족시키고도 남음이 있다.

또한 노르웨이 북쪽으로 가게 되면 여름에는 해가 지지 않는 백야를,

겨울에는 환상적인 오로라를 감상할 수 있다.







특별한 조건도 없이 천혜의 자연으로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노르웨이지만,

아름다운 자연 환경을 여태껏 지켜오지 않았더라면 이러한 관광 부흥은 아마 불가능했을 일이다.

석유 파동으로 크로네 가격이 떨어지자 새로운 관광수입으로 돈을 버니 아이러니하면서도 그들이 지켜온 자연이 부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노르웨이는 여행 산업이 이제 막 발달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노르웨이 내에 있는 인구가 많아졌을 때

그것을 감당할 인프라가 부족해 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태고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나라 노르웨이. 인간 삶의 질을 나타내는 척도인

인간개발지수(HDI)에서 5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한 노르웨이는 새로운 사회구조, 라이프스타일,

인테리어 디자인 등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나라 중 하나이다.

그들이 이루는 모든 가능성과 결과는 자연의 힘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노르웨이인들은 말한다.

이들에게 위대한 자연 유산은 그들의 마음속에 많은 영감과 용기를 주는 힘의 원천임이 분명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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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4월호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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