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글모음/포토기행(길에서 길을 생각하며)

미소가 아름다운 순수의 나라

by 아네모네(한향순) 2018. 7. 29.



미소가 아름다운 순수의 나라

 

                                                                                                         한 향 순

 

밤늦게 미얀마에 도착한 우리는 국내선 비행기를 갈아타고 역사의 도시 바간으로 향했다

바간은 1057년 아노리타 왕이 버마를 통일할 당시 바간 왕조의 수도였으며,

그때의 영광이 지금까지 2,500여개의 파고다로 남아있는 곳이다.

도시전체가 산사람을 위한 보금자리가 아니고 천 년 전에 세워진 탑들이 온통 차지하고 있다.


바간의 수많은 불탑이 특이한 것은 포로나 노예들을 시켜 강제로 지은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극진한 신앙심으로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불심(佛心)의 결정체라는 것이다.

그 당시에 사람들은 탑을 세우는 것이 현세에서 최고의 공덕을 쌓는 일로 여겼다.

그러기에 경쟁이라도 하듯이 너도나도 탑을 쌓았던 것이다.

그러기에 천년의 신비로움을 간직하고 있는 올드 바간은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다만 도로포장이 안 되어있어 자동차나 도보로는 다니기가 어렵고 관광객은 마차나 자전거를 이용한다.


우리는 이른 아침에 출발하여 우선 바간의 재래시장을 돌아보았다.

난전을 펴놓은 듯한 시장은 마치 6,70년대 우리나라 풍경과 비슷하였는데

순박한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씨가 잘 느껴지는 곳이었다.

 여인들이 머리에 무거운 보따리를 이고 가는 모습이나 남자들이 물지게를 지고 가는 모습은

잊고 있던 향수를 자극하는 풍경들이었다.

이번 팀은 사진촬영을 위한 출사였기에 시장 사람들의 순박한 미소를 담기위해 부지런히 셔터를 눌렀는데도

다행히 거부감을 나타내거나 찌푸린 얼굴은 하지 않고 부끄러운 듯 미소로 답해주었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바로 노란가루를 얼굴에 바른 미얀마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어딜 가나 여인들도 하나 같이 얼굴에 노란 칠을 바르고 있었는데, 화장을 한 것도 아니고 무척 궁금했다.

나중에 들으니 다나까라고 나무에서 추출한 화장품 같은 것인데 썬 크림 역할을 하거나

약품으로도 쓰여서 그들에게는 아주 중요한 필수품이라고 했다.




시장을 돌아 나와 바간에 있는 파고다들을 차례로 돌아보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크고 위엄이 있는

쉐지곤 파고다에는 부처의 치아 사리가 봉인되어 있어 보물 1호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바간에서 제일 큰 땃빈뉴 사원과 아난다 사원을 돌아보고 일몰의 장소로 빼어난 쉐산도 파고다에 올랐다.

 미얀마 여행은 불교사원 순례와 맨발의 투어라고 할 만큼 모든 사원과 파고다는

꼭 맨발로 입장을 하여 처음에는 무척 곤욕스러웠다.

쉐산도 파고다의 가파른 계단 역시 맨발로 올라야했기에 발바닥이 따갑고 힘은 들었지만,

여행이 무르익을 즈음엔 맨발도 자연스럽고 편하게 느껴졌다.


이튿날은 이라와디 강변에 있는 부퍼야 사원으로 향했다. 이라와디 강은

히말라야의 설산이 녹아 흘러든 물로 남북을 관통하는 미얀마의 젖줄이며,

마치 인도의 갠지스강처럼 이곳 사람들은 이 강을 아주 성스럽게 여긴다고 한다.

우리는 이틀 동안 바간에 머물면서 강 주변에 서민들의 생활상을 돌아보았다.



다음날 다시 국내선을 갈아타고 만달레이로 향했다. 미얀마 제2의 도시이자

버마왕조의 수도였던 만달레이는 문화 종교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다.

 수천 명의 스님들이 수행하고 교육시킬 수 있는 마하간디용이라는 커다란 수도원과

비구니를 교육시키는 수도원 등, 수많은 불교 수도원이 산재되어 있는 곳이다.

미얀마는 불교 국가답게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이곳 교육기관에 보내어 일정기간동안 불교교육을 받게 한다.

중간에 적성이 맞지 않거나 성적이 나쁘면 탈락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스님의 길로 자라는 것이 이들의 커다란 바람이기도 하다.







거리 곳곳에서 이른 아침부터 탁발을 나온 스님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탁발은 출가한 수행자가 무소유를 실천하기 위하여 절에서 나와 발우를 들고

거리를 돌아다니며 음식을 얻는 수행법을 말한다.

스님들은 탁발을 통해 아집과 아만(我慢)을 버리고 무소유를 실천하며 공덕을 쌓는다고 한다.

마하간디용 수도원에는 오전 10시쯤이면 탁발을 해온 음식을 나누어 먹는 공양의식이 거행된다.

수천 명의 스님들이 일렬로 늘어서서 탁발을 하고 공양을 하는 모습은 경건하다 못해 장엄하기까지 하다.


저녁에는 만달레이에서 풍광이 빼어난 우뻬인 다리로 갔다.

우뻬인 다리는 만달레이의 타웅타만 호수를 가로지르는 1,2 킬로미터의 목조 다리로 우뻬인이라는

노인이 탁발하러 가는 스님들을 위하여 만들었다고 한다.

서늘한 저녁이 되면 산책을 나온 사람들로 다리는 북적인다.

온통 붉게 물든 하늘과 목조다리 너머로 스러지는 일몰은 미얀마 사람들의 삶처럼 순박하고 애잔한 풍경이다.







우리일행은 다시 만달레이에서 국내선을 갈아타고 헤호로 가서 나웅쉐 선착장에 내렸다.

헤호는 해발이 다른 곳 보다 높아 날씨가 별로 덥지 않고 쾌적하였다.

한번에 4명이 탈 수 있는 긴 보트를 타고 인레호수로 들어갔다.

인레호수는 총 길이가 22킬로미터나 되는 미얀마에서 두 번째로 큰 담수호라고 한다.

주민들은 수상가옥에 살면서 물고기를 잡거나 물위에 밭을 만들어서 씨를 뿌리고 농사를 짓는다.

그곳에는 한발로 노를 저으며 물고기를 잡는 인타족과 샨족 파오족 등이 있으며,

링 목걸이를 목이 휘도록 수십 개씩 하고 사는 카렌족도 있다.


  


그동안 덥고 피곤한 여행지만 돌다가 호수 가에 지어놓은 조용한 방가로에서

휴식을 취하니 호수처럼 마음이 가라앉으며 모든 피곤이 풀리는 것 같았다.

이른 새벽 동이 트기 전에 우리는 고기를 잡는 어부들을 촬영하기 위해 호수로 나왔다.

하늘이 점점 황금빛으로 물들고 수면위에도 황금물결이 출렁이면 여기저기서 긴 보트를 타고

왼발로 노를 저으며 물살을 가르며 나타나는 어부들을 볼 수 있다.

고요한 호수 위에서 커다란 망태를 들고 서서 한발로 물고기를 낚는 모습은

이방인에게 놀람과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곳은 지구곳곳에 있는 여러 민족의 다양한 삶의 형태를 볼 수 있게 해주었으며

 또한 세상에는 얼마나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계기가 되었다.












2018년 7,8월호 <여행작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