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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모음/포토기행(길에서 길을 생각하며)

퐁갈축제

by 아네모네(한향순) 2019. 5. 1.



남인도의 퐁갈 축제

 

                                                  스리랑카 콜롬보에서 인도 행 비행기로 갈아타고 남인도의 마두라이에 도착했다.

오래 전에 북인도 여행 후, 9년 만에 인도 땅을 다시 밟게 되어 감회가 깊었다.

마두라이에서 우리가 묵을 호텔을 찾아가는데, 옛날처럼 거리는 신호등 하나 없이 자동차와 오토바이,

 릭샤와 사람이 곡예를 하듯 뒤엉켜있어 겁부터 났다.

예전보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거리에 자전거가 줄고 오토바이가 대세를 이루고 있었다.

릭샤도 자전거에 연결된 것이 아니라 오토바이에 연결된 오토릭샤가 대부분이었다.


인도의 남쪽 바이가이강 주변에 위치한 도시 마두라이는

유럽 식민지 역사를 거치지 않은 인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다.

고대 로마와 무역을 하며 경제를 키웠던 이 도시는 기원전 5세기부터 11세기까지 판드야 왕국의 수도였고,

16세기 중반에는 나야크 왕조의 수도로 성장해왔다.

이슬람 문화가 혼재된 북인도의 주요 도시나 첸나이와 달리,

 마두라이는 인도 고유의 힌두 문화를 잘 지켜온 도시로 꼽힌다.





인도는 몇 세기에 걸쳐 정복전쟁과 약탈로 고통 받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문명의 본거지이자

불교, 힌두교, 시크교라는 세 종교가 시작된 곳이다. 인도는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만큼이나 다양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

인도의 명절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50개가 넘는 종교 축제들을 열정적으로 즐기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남인도의 퐁갈 축제를 체험하기 위해 일부러 여행 시기를 그때에 맞춰 조절했다.

퐁갈은 힌두문화에 속하는 행사로 힌두의 각종 신을 섬기는 축제이지만 우리나라의 추석과 같이

사람들이 함께 모여 수확의 기쁨을 누리는 일종의 추수감사절이다.

퐁갈은 타밀어로 끓다’ ‘넘치다라는 뜻인데 수확의 풍요로움과 다음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는 의미를 가지며,

축제 기간에 만들어 먹는 쌀을 끓인 음식도 퐁갈이라고 부른다.

퐁갈 축제가 타밀나두의 큰 명절인 만큼 학교와 회사들도 연휴를 가지고 이 기간을 즐긴다.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함께 하는데 퐁갈이 힌두교 문화에 기원을 둔 명절이지만

가족들과 함께 하는 모습을 보면 우리의 추석이나 설날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퐁갈축제는 보통 나흘 동안 치러지는데, 첫째 날은 보기(Bhogi)퐁갈이라고 하며,

오래된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시간을 갖는다.

이 날은 새로운 시작을 기도하며 헌 것들을 버리기 때문에 집 앞에서 오래된 것을 태우고 청소를 한다.

사람들은 집을 청소하고 페인트칠을 새로 하는 등 축제 분위기에 맞춰 집을 꾸민다.

여자들은 쌀가루나 석회암 가루, 광물 등을 이용해 다양한 색 안료를 만들어

바닥에 예쁜 문양을 그리는 콜람이라는 그림을 집 입구에 그린다.




                                                        둘째 날인 수리아(Surya)퐁갈은 타이 월의 첫째 날로 타이퐁갈이라도 하며,

우리나라의 새해와 추석의 의미를 함께 가지는 날이다.

이날 타밀나두 사람들은 우리가 떡국을 먹듯 우유와 햅쌀, 흑설탕을 함께 넣고 끓인 음식 퐁갈을 만들어 먹고,

새 옷을 입고 어른들에게 인사를 하고, 어른들은 아랫사람들에게 선물을 준다.

셋째 날, 마투(Mattu)퐁갈의 마투는 타밀어로 소를 뜻한다.

즉 인도에서 신성시하는 동물인 소를 위한 날로 소를 화려하게 장식하는 등 소를 위한 의식이 주를 이룬다.

넷째 날은 카눔(Kaanum)퐁갈로 가족들이 서로를 방문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아침에 가족들을 위한 의식인 카누'라는 의식을 치른다.




우리는 퐁갈 축제를 제대로 체험하기

 위해 마두라이 관광청에 의뢰하여 현지 관광 종사자와 사진기자들과 함께 축제장으로 출발했다.

그 팀 중에는 타밀족의 민속의상을 입고 공연을 할 사람들도 많았는데 청년들은 물론 어린이들도 있었다.

우리 일행은 퐁갈축제를 제대로 즐기는 전통마을로 찾아갔는데

그 동네에는 개인적으로 사원을 만들어 놓고 시바신을 모시는 집들도 더러 있었다.

인도남부에 있는 마두라이에는 주로 타밀족들이 많은데 그들은 북 인도인들과는 다르게 피부가

가무잡잡하며 눈이 크고 이목구비가 뚜렷한 것이 특징이다.

그들은 드라비다어를 쓰며 종교는 주로 힌두교이다. 길에서 만난 동네사람들은 아주 친절하고

해맑은 표정을 지으며 우리를 반겨주었다. 더구나 촬영을 전혀 거부하지 않고 오히려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다.

비록 겉보기에는 가난하고 남루해 보여도 우리의 60년대 정서처럼 그들은 아주 순수하고 행복해 보였으며

우리를 보고 수줍어하는 것이 옛날 어린 시절을 보는 듯하였다.




흥겹고 신명나는 퐁갈 축제 행사를 마치고 전통마을을 떠난 우리는 퐁갈축제 행사의 하나인 황소길들이기 시합을 보러갔다.

넓은 길을 막아서 경계 벽을 만들어 놓았는데 모여든 구경꾼들이 어찌나 많은지

우리는 근처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서 관람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잘리카투는 넓은 운동장에 황소를 풀어놓고 수많은 장정이 맨손으로 달려들어 황소의 뿔과 등에 난 혹을 잡아

제압하는 경기로 타밀나두 주에서 퐁갈 축제 기간에 대규모로 열린다.

그런데 경기 도중 흥분한 황소가 실제로 경계 벽을 뚫고 거리로 나오는 바람에

우리 일행은 물론 구경하던 사람들이 얼마나 놀랬는지 모른다.

이 행사는 2천 년의 역사를 갖고 있지만, 해마다 사상자가 끊이지 않고 동물학대 논란까지 제기되면서 한때 시합이 금지됐었다.

하지만 지역 전통을 고수하는 주민들의 반발로 지정된 장소에서 열리는 경기는

동물 학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을 통과시켜 다시 시합할 수 있게 만들었다.


새해가 시작되는 1월에 멀리 인도에 와서 퐁갈 축제를 보고 느낀 생각은 지역은 다르고 생김새는 달라도

사람 사는 모습은 어디나 비슷하다는 것을 알았다.

일 년 동안 수확한 농산물로 신께 감사를 드리고 음식을 만들어 가족이나 친지들과 나누어 먹는 명절은

지구촌 어디를 가도 있으며 비슷한 축제도 구석구석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여행문화>2019년 5,6 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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