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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모음/수필집 ( 인연의 끈)

실론차와 불교의 나라

by 아네모네(한향순) 2019. 9. 11.

 

 

 

실론 차와 불교의 나라

 

                                                                                                                                              한 향 순

 

갈레 포트에도 서서히 일몰이 다가오고 있었다.

인도양의 드넓은 바다도 시시각각 물빛이 코발트빛에서 초록색으로 변하다가,

하늘이 붉게 변하자 물빛도 함께 붉은색으로 물들며 황홀한 변신을 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일몰을 보려고 요새 위로 올라가서 해가 지는 것을 감상하고 있었다.

우리도 이국의 땅 스리랑카에서 인도양의 일몰을 보며 감회에 젖었다.

 

 

 

 

 

갈레는 스리랑카 최대의 항구 도시로, 한때 아라비아 상인들의 동방무역기지로 번성했던 곳이다.

15세기 포르투갈 강점기에 포르투갈 인에 의해 건설되었고, 1988년에는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도

지정된 스리랑카의 최남단 거점도시이다.

갈레는 구 시가지와 신시가지로 구분되며 이중 구 시가지에 위치한 갈레 요새는

동남아에서 유럽인들이 건설한 요새 중 가장 훌륭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인도양을 바라보며 빙 둘러싸인 요새에는 들어가는 출입구가 두개인데 웅장한 해안 요새는 내부를 완전히 숨기고 있다.

요새로 들어가면 외부와는 전혀 다른 조용한 분위기의 유럽풍의 도시가 나타난다.

 

 

 

갈레 인근 비치에서는 우리나라 광고에 등장하기도 한, 스리랑카의 전통 장대낚시를 볼 수 있다.

스틸트 피싱 (Stilt Fishing) 이라 불리는 이 낚시질은 긴 장대를 바다 속에 박고 그 위에 앉아 낚시로 고기를 잡는 방식이다.

인도양의 거친 파도를 헤치고 아슬아슬한 나뭇가지에 앉아 생계를 이어갔던 어부들의 삶은

이제는 거의 볼 수가 없고, 관광객을 위해 연출을 해주거나 체험을 유도하는 상업성 용도로 바뀌었다.

우리도 동이 트기 전 새벽에 바다에 나가 어부들에게 부탁하여 촬영을 하였다.

 

 

 

 

또한 아직도 실론이라 불리는 스리랑카의 차는 동서양을 이어주는 독특한 매개체였다.

유럽인들에게는 동양의 신비를 전해주는 존재였고 교역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1602년 동인도회사를 세우고 동서양의 무역과 상권을 지배해온 네덜란드인들은

신비한 동양의 차 문화를 유럽의 왕실과 상류층에 퍼뜨리기도 했다.

스리랑카에는 대규모의 차 재배농장이 많았는데, 누와라엘리야도 그 도시 중의 하나이다.

스리랑카의 주류 민족은 신할리족으로 현재 74%를 차지하고 있으며, 17% 정도가 타밀족이다.

타밀족들은 맨손으로 모든 것을 만들어냈다. 거칠고 가파른 산들을 오르내리며 차밭을 일궜다.

어떤 곳은 돌투성이였으며, 어떤 곳은 뱀과 독충도 우글거렸다.

오늘날 이토록 아름답고 우아한 차밭을 만들어낸 건 모두 타밀족 덕분이다.

 

 

 

 

섬세하고 우아한 향의 밝은 차가 이 지역의 특산물이다.

컵에서 우려지는 맛은 모든 종류의 실론차 중에서 가장 가볍다.

이 지역 차의 색조와 향기는 다른 지역과는 매우 다르다.

이러한 독특한 캐릭터를 만들어 내기 위해, 차의 제조과정은 15도 이하의 밤에 진행된다.

산화 과정이 느리게 진행되고, 제한된 상태에서 바로 산화를 멈추도록 가열이 시작된다.

그러기에 어느 곳 보다도 향이 깊고 맛이 있는 차가 만들어진 것이다.

 

 

 

 

스리랑카인은 대부분이 불교를 믿고 있지만 이슬람이나 힌두교도들도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달이 차는 음력 보름날이 되면 모두 일을 쉰다.

그리고 하얀 옷을 입고 예쁜 꽃을 들고 부처에게로 떠난다.

이 날을 뽀야라고 부르는데 무더운 날씨 속에서 수고하며 살아온 일상의 시간을 보상해 주고 위로 받는 날인 것 같았다.

 불교국가인 스리랑카에서는 매달 음력 보름날은 국가 지정 불교 휴일로서,

온 가족이 하얀색 옷을 입고 절에 가서 법회에 참여하고 가족과 함께 성스러운 하루를 보낸다.

 

 

 

 

 

뽀야데이(Poya Day)이라고 불리는 이 날은 스리랑카 인들이 계율을 지키고 부처님을 생각하며 하루를 보내는 날이다.

모든 술집은 문을 닫고, 슈퍼마켓에서도 술을 판매하지 않는다.

 이 날 만큼은 나라 전체가 가족들과 함께 절에 가는 날로 지정된 날인 것이다.

절로 가는 길목에는 온통 하얀 옷을 입은 군중이 행렬을 이루고, 마치 하얀 수국꽃 같이 아름다운 인파가 절을 가득 메운다.

어쩌면 한 달 동안 수고한 자신을 위로하고 자신에게 휴가를 주는 날인지도 모른다.

 

    

 

 

                                                                                           2019년 9,10월호 <여행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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