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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담쟁이

by 아네모네(한향순) 2019. 10. 20.



담 쟁 이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 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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