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목의 노래
끝없이 넓은 벌판에 서있는 나무들이 우~우 노래를 한다.
노래가 아니라 어쩌면 안으로 울고 있는지도 모른다.
모든 것을 내어주고 빈 몸 빈 가지로 삭풍을 견디는 나무들
꽃을 피워내느라 자기를 낮추고, 열매를 맺느라 몸을 숙이던 나무는
잎도 열매도 모두 내려놓고 이제 홀가분하다.
초겨울 차가운 추위에도 더욱 몸을 꼿꼿이 세우고
어찌 저렇게 당당히 맞설 수 있는지 모르겠다.
오래 정들었던 것과도 마침내는 이별을 하고
욕심도 버리고 빈 몸이 되면 떳떳할 수 있다는 걸
나목(裸木)은 우~우 노래하듯 말한다.
아무런 욕심이 없어야 진정으로 새롭게 태어나고
그래야만 새로운 만남을 기약할 수 있을 것이다.
한 향 순 ( 수필가, 사진작가)
2019년 11월호 <좋은수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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