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수술을 한지 열흘째 되던 날, 조금씩 운동을 하려고 바로 아파트를 나서면 되는
뒷산을 올라보았다. 이 산은 용인과 수원을 잇는 제법 큰 광교산의 끝자락인데
용인 시민들한테 커다란 휴식처이자 사랑받는 안식처이기도 하다.
더구나 우리 집에서 올라가는 코스는 너무 한적하여 사람을 만나기도 어렵다
봄인가 싶던 계절은 어느새 신록으로 바뀌고
꽃이 진 자리에 연녹색 나뭇잎들이 나풀거리며 나를 반겨주는 것 같았다.
경이롭게도 솔잎이 뒤덮힌 흙길은 폭신하여 마치 양탄자 위를 걷는 느낌이었다.
이 산은 25년 전 서울에서 살다가 정붙이기 힘든 이 동네로 이사를 와서
힘들었던 나를 위로해준 유일한 친구이기도 했다.
그때는 갑자기 바뀐 생활환경과 절망감을 이기기 위해 하루도 빠짐 없이 산을 오르곤 했다.
덕분에 헤어 날수 없는 늪처럼 힘든 시기를 잘 버텨왔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십년 후, 이집에서 이사를 하고 난 후 부터는 까마득히 이산을 잊고 살았다.
변심한 애인처럼 멀리 있는 명산이나 명소는 찾아다녀도 익숙한 이곳에는 오지않았다.
한 30분쯤 휘적휘적 산을 오르다 보면 이런 공터가 나타나고 정자와 운동기구들을 모아 놓은곳이 있다.
이곳에서는 운동하는 사람들도 가끔 보이고 등산을 하던 산 정상에서 내려오는 사람들도 만난다.
나의 목적지는 여기까지 이제는 하산을 서두르며 정자에 앉아 땀을 식힌다.
부는 바람에 아직 이별을 못한 벚꽃과 복숭아 꽃잎이 꽃비되어 내린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의 화양연화는 이 산을 오르던 그때 그시절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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