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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 연등 인사동에서 모임이 있어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맞은편의 조계사 연등이 하도 화려해서 저절로 이끌리듯 발길이 조계사로 향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조계사의 연등은 커다란 나무를 품은 듯한 형상이었다. 아직 초파일이 되려면 두어 달이나 남았는데도 벌써 오색으로 알록달록한 연등 다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어떻게 저렇게 큰 나무를 이용하여 연등을 달게 되었을까 궁금하였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있어 각지의 스님들 뿐 아니라 외국인들도 많이 찾아와서 신기한듯 연등을 쳐다보았다. 푸른 하늘에 화려하게 드리운 모두의 염원처럼 연등을 단 분들의 소망이 이루어지길 바랄뿐이다. 2024. 3. 18.
당연한 일 당연한 일 한 향 순 수영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우연히 시선이 아래쪽으로 가다보니 운전대에 놓인 손이 허전했다. 약지에 항상 나의 분신처럼 끼워져 있던 반지가 안 보인다. 언제 어디서 빠져나갔는지 그동안 어떻게 잃어버린 것을 전혀 몰랐단 말인가. 아무리 생각을 더듬어 봐도 그럴 일이 없는데 이상한 일이었다. 갑자기 힘이 빠지고 정신이 혼미해졌다. 가까스로 집으로 돌아와 반지가 손가락에서 빠져나갈 경우의 수를 아무리 상상해 봐도 다른 날과 전혀 다를 바 없었다. IMF를 극복하려고 금 모으기를 할 때도 그 반지만은 없애고 싶지 않아 남겨둔 것이었다. 하도 오래 끼다보니 손가락에 살은 빠지고 손가락 매듭은 굵어져서 반지를 끼고 빼기도 힘들어졌다. 오년 전쯤, ‘회전근개파열’이라는 병명으로 수술.. 2024. 3. 18.
봄마중 남쪽에서는 연일 꽃소식이 들려오는데 아직 이곳은 둘러보아도 삭막하기만 하여 오늘은 꽃을 보리라 작정하고 신구대 식물원을 들렸다. 아직 봄은 멀었는지 오감치유정원의 농부들도 한가하기만 하다. 이곳도 다른 때 같으면 관람객이 있을텐데 아직은 조용하고 삭막한 풍경속에 화단에 심어놓은 노란 수선화가 눈길을 끌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갈색의 마른 잎새사이로 노란 세복수초가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크로커스라는 보라색 꽃잎이 햇살을 받아 오므렸던 꽃잎을 활짝 열어보인다. 하마터면 지나칠뻔한 흙더미 속에서 동강 할미꽃을 발견하고 얼마나 반가웠던지 작년 봄 동강에 갔던 기억을 떠올렸다. 설강화라고 팻말이 붙었는데 처음 보는 하얀 꽃이 귀엽기만 하다. 2024. 3. 15.
재미있는 동네 모처럼 서울에 나갔다가 예전에 자주 들리던 동네를 찾아가 보았다. 몇년 사이에 동네는 많이 변해 있었고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었지만 그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내야 하는 사람들의 애환도 보였다. 이제는 문래동의 철공소 대신 에술이라는 이름으로 자리잡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2024. 3. 12.
겨울나무의 지혜 겨울나무의 지혜 한 향 순 올 겨울 날씨는 마치 널뛰기를 하는 것 같았다. 12월인데도 계절에 맞지 않게 따뜻한 날들이 지속되더니 갑자기 무서운 한파가 몰아치며 몸을 웅크리게 하였다. 친구들 모임에서 수목원을 찾은 날은 겨울답지 않게 포근한 날씨였다. 숲속의 나무들은 잎을 모두 떨구고 앙상한 나목들이 겨울의 애상을 말해주는 듯 빈 가지를 벌리고 우리를 맞고 있었다. 봄이나 가을에는 사람들로 붐비던 수목원에도 겨울이 되어서인지 산책객들은 없고, 나무에 겨우살이를 준비해주느라 분주하게 일을 하는 관리자들만 드문드문 보였다. 그분들은 나무에 짚을 감기도 하고 가지치기를 해주며 땀을 뻘뻘 흘리며 일을 하고 계셨다. 우리도 옛날에는 월동준비를 하려고 겨우내 먹을 김장을 하고 땔감을 준비하기 위해 장작이나 연탄을 .. 2024. 3. 8.
구본창의 <항해> 구본창의 ‘항해’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지난해 12월 14일 시작되어 오는 3월 10일까지 열린다기에 미적거리다가는 놓칠수 있겠다 싶어 며칠 전, 친구들과 서둘러서 다녀왔다.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한국 현대사진의 시작과 전개를 이끈 구본창 작가. 구본창의 항해’는 2024년 서울시립사진관의 개관을 기념해 동시대 미술을 대표하는 구본창 작가의 회고전이다. 독일 유학시절을 비롯해 한국에서 활동, 최근작과 그의 소집품들을 한 곳에 모은 전시로 구본창 작가가 제작한 50여 개 작품 시리즈 중 총 43개 작품 시리즈를 선별했다 "버려지고 덧없는 것들에 대한 애착. 나도 버려져 있다고 생각했기에, 그것들이 애틋하게 느껴졌다.’ 구본창이 저서 ‘공명의 시간을 담다- 시간을 수집하는 사진가’에 실린 그의 생각이다. .. 2024. 3. 5.
우리동네 마지막 설경 올해는 눈이 자주 왔다. 그러나 도심에서는 해만 올라오고 나면 눈은 이내 녹고 길만 질척거렸지 설경다운 설경을 볼 수 없었다. 그런데 2월도 끝날 무렵 내린 눈은 습설이어선지 한낮에도 잘 녹지않고 동네 공원에도 예쁜 설경을 보여주었다. 꼭 멀리가지 않아도 동네 공원에서 이렇게 멋진 설경을 볼 수 있다니 정말 동화 속 풍경 같았다. 강원도에서는 자주 내린 폭설 때문에 피해가 많다는데 어쩌면 올 겨울 마지막이 될 설경을 마음껏 즐긴 날이었다. 2024. 3. 1.
영금정의 일출 날씨가 흐린다는 예보는 들었지만 마지막 날은 영금정으로 일출을 보러 나섰다. 아직 해가 뜨기도 훨씬 전인데 일출을 보려는 사람들로 정자는 이미 꽉 차있었다. 구름층 위로 서서히 하늘이 붉어지며 바다까지 묽게 물들이고 있었다. 아래는 부지런한 어부가 그물을 들고 일출은 아랑곳 하지않고 낚시 준비를 하고 있었다. 드디어 구름층을 뚫고 해가 올라오자 사람들의 함성이 들려오고 올 한해도 무탈하게 지나가기를 각자 마음속으로 빌어보았다. 2024. 2. 26.
사근진 해변과 아들바위 설악산에서 내려와 바다를 보러 가기 위해 강릉쪽으로 내려오다가 이쪽에 오면 자주 들르는 테라로사 커피숖에서 빵과 커피를 마시고 근처에 있는 사근진 해변을 찾았다. 전화 부스와 하늘 전망대가 있는 해변의 방파제는 온통 무지개 빛깔이었다. 사근진 해변은 사기장수가 살던 나룻터라는 뜻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는데 요즘은 무지개 방파제가 있어 사진 찍기 좋은 곳으로 더 소문이 난 듯하다. 조용한 해변에 알록달록한 방파제가 생기고 부터 전망대도 생기고 젊은이들이 몰리는가 싶었다. 우리도 전망대에 올라가 푸른 바다와 어우러진 방파제를 보고 유명한 사진 스팟에서 흉내내기도 경험한 하루였다. 주문진에 있는 아들바위는 예전부터 자주 들리던 곳인데 주문진 시장을 가기위해 잠시 들렸더니 주변을 깨끗하게 정비해 놓았다. 그곳에는 .. 2024. 2. 23.
설악산 권금성 연휴 첫날 아침 사람이 몰리기 전에 일찌감치 설악산으로 들어갔다. 날씨는 봄날인데도 아직 산정에는 흰눈이 덮혀있고 설악동 입구 곰돌이 앞에는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몰려있다. 아이에게 설악산의 풍광을 보여주기 위해 권금성가는 케이블카를 타고 올랐다. 돌산 800m 위 80칸의 넓은 돌바닥 둘레에 쌓은 2,100m의 산성이 권금성이다. 산성을 만든 연대는 확실한 기록이 없어 알기 어렵지만 신라시대에 권씨와 김씨 두 장사가 난을 피하기 위해 쌓았다 하여 권금성이라고 한다. 날씨는 따뜻해도 산 위에는 눈이 그대로 있어 우리는 가벼운 아이젠을 신고 올랐는데 아무 준비가 없는 사람들은 미끄러워서 고생을 하는 것 같았다. 눈이 푹푹 빠지는 바위 위까지 올라간 손자는 내려올 생각을 안한다. 멀리 보이는 설악의 능선.. 2024. 2. 20.
폭설속의 화암사 설 연휴가 시작되기 전날 속초로 출발했다. 수도권에서는 날씨가 따뜻해서 며칠 비가 왔는데 용대리를 지나자 눈이 보이기 시작했다. 가다가 백담사에 들리려고 주차장을 찾았는데 겨우 큰길은 뚫려 있는데 산길이 뚫리지않아 셔틀버스가 운행을 못한다고 했다. 아쉬움을 안고 속초로 들어오다가 전에 자주 들리던 화암사를 찾았다. 진입로에 있는 부도탑부터 눈이 소복하게 쌓여 놀랬는데 라고 쓴 일주문 앞에는 제설작업을 하느라 쌓아놓은 눈이 사람의 키만큼 쌓여있었다. 그래도 사람이 왕래하는 길은 제설작업이 되어 있어 다행이었다. 처음 폭설 구경을 하는 손자는 신기해서 어쩔줄을 몰라했다. 나뭇가지마다 쌓인 눈이 멋진 동양화를 보는 것 같고 멀리 사칠의 지붕에도 눈이 소복하게 쌓였다. 화암사의 상징인 수바위 위에도 눈이 쌓였고.. 2024. 2. 17.
가평 어비계곡 겨울이 거의 없는 호주에서 온 아이에게 눈 구경을 보여주고 싶은데 도시에서는 눈발이 날리다 그치면 금방 녹아버려서 길만 지저분하고 제대로 눈다운 눈을 보지 못했다. 그래서 찾은 곳이 가평의 어비게곡이다. 용문산과 유명산 사이에 숨은 듯 있는 어비산 자락을 감싸는 계곡이 바로 어비계곡이다. 지금은 개울 같은 계곡에 불과하지만 예전에는 물고기가 날아다니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뛰어난 계곡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름도 어비(魚飛)다. 그곳에 하얀 빙벽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나섰더니 통 눈구경을 할수 없던 요즘 이곳에는 눈이 그대로 쌓여 있고 계곡이 청정해서인지 물소리도 정겨웠다. 계곡 밑 산장에서 운영하는 사설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조금 올라가니 정자가 보이고 구름다리를 건너니 금방 빙벽이 나왔는데 푸른 색.. 2024. 2.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