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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속에서 터널 속에서     삶의 여정 중에 고통은 언제나 예고 없이 다가와 뒤통수를 친다.   그럴 때마다 어리석은 인간은 방향감각도 상실하고   캄캄한 터널에 빠져 길을 잃고 허우적거리기 일쑤이다.   터널 속에 들어가 있을 동안에는 전혀 빛이 보이지 않는다.   정신을 차려서 상황을 똑바로 인지하고 자신을 내려놓아야   겨우 가는 빛이 보이고 출구를 가늠 할 수 있다.   그런 다음 침착하게 출구를 따라 천천히 전진해야 한다.   서두르거나 뛰어서는 출구까지 오기 전에 지쳐버리기에   인내와 끈기를 가진 자 만이 탈출을 꿈꿀 수 있을 것이다.   갑자기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있던 수개월 동안,   나는 캄캄한 터널 속에서 전전긍긍하며 속앓이만 했다.   그리고 재활치료를 하느라 힘들었던 긴 여름 내.. 2024. 12. 12.
사소한 일상이 귀하게 느껴질때 사소한 일상이 귀하게 느껴질 때                                                                                                                                                           한 향 순   며칠 동안 벼르다가 건물 맨 위층에 있는 옥상에 올라가 보았다. 스무 평 남짓한 공간에는 빨래를 널 수 있는 거치대와 고장 난 가구와 집기들이 여기 저기 어수선하게 흩어져 있었다. 게다가 귀퉁이가 부서져서 앉을 수도 없는 의자 몇 개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운동은커녕 걷는 것조차 여의치 않는 공간에 몇 개의 허름한 화분이 있었는데, 연 녹색으로 고물고물 고개를 내미는 상추와 고추 모종이.. 2024. 12. 12.
병원에서 만난 사람들 병원에서 만난 사람들   한 향 순   요양병원의 아침은 새벽 5시부터 몹시 소란하고 분주하다. 처음에는 이른 새벽 어디선가 들려오는 “쿵 쿵”하는 소리의 정체를 몰라서 몹시 궁금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복용하는 약은 많은데 삼키는 기능이 약해진 어르신들의 약을 가루로 빻느라고 병실마다 부산스럽게 아침을 알리는 알람이 된 것이다. 불행과 사고는 늘 예고 없이 뒤통수를 치는 법. 올해 봄, 운전을 하다가 심하게 교통사고를 당해 대학병원에 가서 일주일쯤 치료를 받았다. 그 후, 긴 시간 치료를 해야 하기 때문에 집 근처의 재활요양병원으로 옮겼다. 척추 골절로 꼼짝 못하고 누워있어야 했던 두 달 반 동안 요양병원의 하루는 슬로우비디오처럼 느리게 흘러갔다. 통증은 물론 모든 것이 생소한 환경 속에서 몸을 움직.. 2024. 12. 12.
통영의 박경리 기념관 지난달 친구들과 거제 통영에 여행을 갔다가 박경리 기념관에 들렸다.박경리기념관은 통영 출신의 소설가 박경리 선생을 기념하고, 작품에 끊임없는영감을 제공한 고향 통영을 소개함으로써 선생의 문학세계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 2010년 건립됐다.  기념관 앞마당에는 자그마한 선생님의 동상이 서있었는데"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라는 선생의 어록이 새겨저 있었다.  기념관 1층은 사무실과 북카페가 들어섰고 기념관은 계단을 올라가서 2층 부터인데1층에 못 떠나는 편지와 생전 원주에서 고추를 말리시던 초상이 반갑게 다가온다.    기념관 입구 입장료는 받지않고 무료입장을 한다.아래는 선생의 초상과 시가 적혀있고 작은 앉은뱅이 조각품도 있다.   전시관 내에는 쪽진머리와 수수한 한복 차림의 젊은 시절 모습.. 2024. 12. 8.
메타 포토그라피 ( 사진전) 사진계 친구들이 참여하는 전시회가 있어 예술의 전당에 다녀왔다. 전시는 제목이 암시하는 것처럼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방대한 예술세계로 인도한다.이 전시는 단순한 사진이라기보다는 개념미술쪽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위 작품은 세계의 상업광고 판을 이용한 작업이라고 한다.사진은 생성 이전 사진의 DNA가 어떻게 시각예술로 증강되고 어떻게 전환되고 있는지 보여주는 전시라고 해야 할것 같다.    친구의 작품은 불교의 탄생과 해탈 과정을 여러 이미지를 차용하여 표현하였다고 한다. 2024. 12. 5.
아름다운 인연 서울에서 남편의 지인이 출판기념식을 한다고 해서 두 시간을 달려 참석을 하였다. 길이 밀려 거북이 걸음을 하는 차 속에서  남편에게 투덜거렸다.나는 책을 4권이나 내면서도 한번도  안했는데  무슨 출판기념식이냐고~그러나 막상 식장에 가보고는 적지않게 놀랐다.   45년 전에 고등학교 제자와 교사로 만난 아름다운 인연을 소중하게 이어오면서 제자들이 주축이 되어 이런 자리를 마련해준 것이었다. 올해 지인은 마침 팔순을 맞아 겸사겸사 잔치를 벌인 것이었다.자기는 늦게 공부하는 제자들이 안쓰러워 가끔 빵을 사준 것밖에 없는데,빵 몇개로 45년 동안이나 고마워하며 찾아오는 30여 명의 제자들을 이해 할수 없다고 했다.  같이 나이 들어가며 제자들과 노래를 부르는 하얀머리의  윤선생  남편의 친구이지만  젊은 시절.. 2024. 12. 2.
눈속에 갇힌 날 첫눈이 갑자기 폭설로 변하여 눈폭탄을 퍼붓던 날 집에서 꼼짝도 못하고 언제쯤 눈이 잦아 들지 언제쯤 길이 뚫릴지 하염없이 아래만 내려다 보았다.    그러나 눈은 그치기는 커녕 이튿날까지 쏱아져서 눈속에 고립되어 있었다. 더구나 용인은 전국에서 제일 많이 내린 지역으로 47,5 센티를 기록했다.  젊은 날 좋아했던 문정희 시인의 "한계령을 위한 연가"가 생각나는 날이었다."한겨울 못 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라던 ~ 2024. 11. 29.
희원 가는 길 가을이 되면 에버랜드와 한국의 전통 정원이 있는 '희원' 가는 길에는 자작나무가 노랗게 물들어 운치를 더해준다.에버랜드 쪽은 항상 사람이 붐비고 시끌벅적하지만  근처인 희원쪽은차량도 뜸하고  조용해서 가끔 사진을 찍으러 가곤 헸다.   이날도 우리는 한적한 곳에 차를 세우고 일부러 걸어서 자작나무길을 걸었다. 가을 산은 온통 알록 달록 갈색으로 물들고 날씨는 포근해서 산책하기 좋은 날씨였다. 2024. 11. 25.
갈월저수지 돌담마을인 갈월마을을 한바퀴 돌고나서 천천히 걸어서 동네 위쪽에 있다는 갈월저수지를 찾았다.갈월 저수지는 갈담저수지 라고도 하는데, 모현읍 갈담리 정광산 서쪽 기슭에 위치하고 있다. 농업 관개용으로 활용하기 위해 갈월계곡에서 흐르는 물을 막아  조성했고, 저수지 서쪽 경사면으로 낮은 평지의 밭지대와 농가가 있으며, 공세천이 흘러서 경안천으로 유입된다.   저수지 둑방에 도착하니 가을색으로 깊어진 산과 호수가 어울려 풍광이 기가 막혔고오리떼가 파문을 일으킨 호수는 바람 한점 없이 잔잔하였다.  저수지 맞은편으로는 카페인지 무슨 건물이 보이고 하얀 거위떼가 무리지어 유영을 시작하였다.      저수지를 한바퀴 돌아 저수지 끝까지 다달으니 오른쪽에는 커다란 이층 건물과 왼쪽으로는 호수 주변에 방갈로 형식으로 .. 2024. 11. 22.
용인 갈월마을 늦가을의 시골 정취가 물씬 풍겨나는 갈월마을에는 점점 잊혀져 가는 우리의 문화인 돌담이 있다. 용인 처인구 모현면 갈담리에 있는 갈월마을은 그저 골목길을천천히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옛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갈월마을은 500년 동안 내려온 연안 이 씨의 집성촌인데, 연안 이 씨는 고려 후기 문신이자 학자인 정몽주의 증손녀의 사위인 이석현 선생의 집안이라고 한다.  현재는 몇 호 정도만 남아있지만, 여전히 용인의 유일한 민가 사당이 남아 있는 곳으로써 갈월마을의 명맥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이 동네의 돌담은 강담이라고 하는데, 강담이란 막돌을 그대로 쌓아 올리고   틈새는 작은돌을 끼워서 쌓은 것이라고 한다. 또다른 이름은 돌각담이라 한다. 2024. 11. 20.
인천대공원의 가을 장수동 은행나무를 보러 간김에 가까이에 있는 인천대공원에 들렸다.들과 산은 온통 가을색으로 물들었는데도 가을답지 않게 따뜻한 날씨 때문인지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특히 메타세콰이어 나무들이 갈색으로 물들어 가을분위기를 한층 돋구어 주었다 2024. 11. 17.
장수동 은행나무 장수동 은행나무가 절정이라는 소식을 듣고 이번 주가 지나면 잎이떨어질지도 모른다는 조급함에 인천대공원 근처에 있는 은행나무를 찾아갔다. 은행나무는 소문대로 멀리서부터 노란 금관을 보는듯 눈이 부셨다.   앞에서 전면을 보고 뒷쪽으로 돌아가 뒷모습을 보고 옆모습을 보아도방사형으로 뻗어나간 가지는 어디 한군데 흠잡을 데 없는 아름답고 웅장한 모습이다.  인천시 남동구 장수동에 있는 수령 약 800년 정도인 오래된 은행나무는나무 높이가 30m, 둘레 8.6m로 긴 세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푸르고 웅장한 모습이다.  오랜 시간 동안 마을 사람들과 동고동락해 온 장수동 은행나무는 민속적, 생물학적 가치가 인정되어 1992년 12월 16일 인천광역시 기념물로 지정되었다. 이후 2021년 2월 8일 천연기념물로 승격.. 2024. 11.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