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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오릉의 목련 불국사를 나와 목련이 예쁘게 피기로 유명한 오릉을 찾았다. 오릉은 남산의 서북쪽에 해당되는 경주 분지의 남쪽 끝에 위치하고 있으며, 신라 초기 박씨 왕들의 무덤으로 알려져 있다. 다섯 무덤은 신라 시조 박혁거세왕과 2대 유리왕, 3대 남해왕, 4대 파사왕의 임금 네 분과 박혁거세왕의 왕후 알영부인의 능으로 전해져 온다. 오릉 입구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돌담 옆에 나란히 핀 목련이 돌담 기와와 어우러져 한국적 이미지를 물씬 풍기고 있다. 경주의 남쪽 한적한 곳에 위치한 오릉은 그동안 관광객의 발길이 뜸한 곳이었다. 목련이 담장 위로 올라올 만큼 성장하여 그 아름다운 모습을 보이자, 3월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 숭덕전은 신라 시조 박혁거세의 제사를 모시기 위한 건물인데 그 앞에 심어놓은 목련이.. 2024. 3. 29.
고즈넉한 불국사 경주까지 왔으니 불국사를 안 볼수 없어 복잡할 것을 예상하고 천왕문을 들어서는데 쌀쌀한 날씨 때문인지 관광객은 보이지않고 노거수 매화나무가 때마침 꽃을 피워 우리를 반겨주었다. 아무리 철이 이르다 해도 늘 관광객으로 붐비는 불국사가 이렇게 고즈넉하고 조용한 것은 처음 겪는 일이었다. 하기는 재작년에도 벚꽃이 만발한 4월에 들렸으니 온통 사람들로 북새통을 겪으며 다니지 않았던가. 가을에 들려도 단풍철이라 그런지 늘 사람들로 복작이던 불국사를 한적하게 돌아보며 이런 때도 있구나 유유자적 하며 그동안 그냥 지나치던 곳들을 세심하게 둘러보았다. 불국사에 대하여는 너무도 잘 알려진 곳이라 설명을 생략한다. 2024. 3. 26.
경주의 이른 봄 2년전 봄, 벚꽃이 화사했던 경주의 봄을 기억하며 조금 일찍 다녀오리라 마음 먹고 경주에 들렸는데, 올해는 꽃샘추위가 있어서인지 대릉원도 황량하기 그지없었다. 그나마 목련이 조금씩 피기 시작한 대릉원 사진 스팟에는 사진을 찍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는 젊은이들의 줄이 길게 이어져 있어 그나마 몇장 눌러대고는 서둘러 자리를 비워주어야 했다. 일찍 피기 시작하는 산수유만 여심을 흔들며 노랗게 봄을 알려주고 있었다. 오후가 되니 날씨마져 흐려지고 항상 화려한 꽃밭을 이루던 첨성대쪽도 쓸쓸하긴 마찬가지였다. 다만 막 피기 시작하는 목련이 그나마 화사하게 반겨주었다. 2024. 3. 24.
현충사 홍매와 백매 아산시 방화산 기슭에 있는 현충사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얼을 기리는 사당이다. 충무공의 영정을 모시고 있으며, 충무공이 살던 고택과 직접 활을 쏘던 활터도 둘러볼 수 있다. 3월이면 고택 앞 홍매화, 백매화 나무가 수려한 절경을 이루며, 봄꽃 출사객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남녘에는 꽃소식이 하루가 다르게 들리는데 중부권애는 꽃샘추위로 개화가 더딘지 영 소식이 없다가 현충사에 매화가 피었다는 소식을 듣고 이른 아침부터 내달렸더니 사람도 별로 없고 매화만 곱게 피어 가슴을 설레게 하였다. 특히 현충사 매화는 고택의 지붕 곡선과 창호 문살, 아름드리 소나무와 어우러져 피어있기에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매화의 명소이다. 옛 선비들이 매화나무를 좋아한 이유는 추운 날씨에도 굳은 기개로 피는 단아한 꽃과 은은하.. 2024. 3. 21.
조계사 연등 인사동에서 모임이 있어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맞은편의 조계사 연등이 하도 화려해서 저절로 이끌리듯 발길이 조계사로 향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조계사의 연등은 커다란 나무를 품은 듯한 형상이었다. 아직 초파일이 되려면 두어 달이나 남았는데도 벌써 오색으로 알록달록한 연등 다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어떻게 저렇게 큰 나무를 이용하여 연등을 달게 되었을까 궁금하였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있어 각지의 스님들 뿐 아니라 외국인들도 많이 찾아와서 신기한듯 연등을 쳐다보았다. 푸른 하늘에 화려하게 드리운 모두의 염원처럼 연등을 단 분들의 소망이 이루어지길 바랄뿐이다. 2024. 3. 18.
당연한 일 당연한 일 한 향 순 수영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우연히 시선이 아래쪽으로 가다보니 운전대에 놓인 손이 허전했다. 약지에 항상 나의 분신처럼 끼워져 있던 반지가 안 보인다. 언제 어디서 빠져나갔는지 그동안 어떻게 잃어버린 것을 전혀 몰랐단 말인가. 아무리 생각을 더듬어 봐도 그럴 일이 없는데 이상한 일이었다. 갑자기 힘이 빠지고 정신이 혼미해졌다. 가까스로 집으로 돌아와 반지가 손가락에서 빠져나갈 경우의 수를 아무리 상상해 봐도 다른 날과 전혀 다를 바 없었다. IMF를 극복하려고 금 모으기를 할 때도 그 반지만은 없애고 싶지 않아 남겨둔 것이었다. 하도 오래 끼다보니 손가락에 살은 빠지고 손가락 매듭은 굵어져서 반지를 끼고 빼기도 힘들어졌다. 오년 전쯤, ‘회전근개파열’이라는 병명으로 수술.. 2024. 3. 18.
봄마중 남쪽에서는 연일 꽃소식이 들려오는데 아직 이곳은 둘러보아도 삭막하기만 하여 오늘은 꽃을 보리라 작정하고 신구대 식물원을 들렸다. 아직 봄은 멀었는지 오감치유정원의 농부들도 한가하기만 하다. 이곳도 다른 때 같으면 관람객이 있을텐데 아직은 조용하고 삭막한 풍경속에 화단에 심어놓은 노란 수선화가 눈길을 끌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갈색의 마른 잎새사이로 노란 세복수초가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크로커스라는 보라색 꽃잎이 햇살을 받아 오므렸던 꽃잎을 활짝 열어보인다. 하마터면 지나칠뻔한 흙더미 속에서 동강 할미꽃을 발견하고 얼마나 반가웠던지 작년 봄 동강에 갔던 기억을 떠올렸다. 설강화라고 팻말이 붙었는데 처음 보는 하얀 꽃이 귀엽기만 하다. 2024. 3. 15.
재미있는 동네 모처럼 서울에 나갔다가 예전에 자주 들리던 동네를 찾아가 보았다. 몇년 사이에 동네는 많이 변해 있었고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었지만 그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내야 하는 사람들의 애환도 보였다. 이제는 문래동의 철공소 대신 에술이라는 이름으로 자리잡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2024. 3. 12.
겨울나무의 지혜 겨울나무의 지혜 한 향 순 올 겨울 날씨는 마치 널뛰기를 하는 것 같았다. 12월인데도 계절에 맞지 않게 따뜻한 날들이 지속되더니 갑자기 무서운 한파가 몰아치며 몸을 웅크리게 하였다. 친구들 모임에서 수목원을 찾은 날은 겨울답지 않게 포근한 날씨였다. 숲속의 나무들은 잎을 모두 떨구고 앙상한 나목들이 겨울의 애상을 말해주는 듯 빈 가지를 벌리고 우리를 맞고 있었다. 봄이나 가을에는 사람들로 붐비던 수목원에도 겨울이 되어서인지 산책객들은 없고, 나무에 겨우살이를 준비해주느라 분주하게 일을 하는 관리자들만 드문드문 보였다. 그분들은 나무에 짚을 감기도 하고 가지치기를 해주며 땀을 뻘뻘 흘리며 일을 하고 계셨다. 우리도 옛날에는 월동준비를 하려고 겨우내 먹을 김장을 하고 땔감을 준비하기 위해 장작이나 연탄을 .. 2024. 3. 8.
구본창의 <항해> 구본창의 ‘항해’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지난해 12월 14일 시작되어 오는 3월 10일까지 열린다기에 미적거리다가는 놓칠수 있겠다 싶어 며칠 전, 친구들과 서둘러서 다녀왔다.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한국 현대사진의 시작과 전개를 이끈 구본창 작가. 구본창의 항해’는 2024년 서울시립사진관의 개관을 기념해 동시대 미술을 대표하는 구본창 작가의 회고전이다. 독일 유학시절을 비롯해 한국에서 활동, 최근작과 그의 소집품들을 한 곳에 모은 전시로 구본창 작가가 제작한 50여 개 작품 시리즈 중 총 43개 작품 시리즈를 선별했다 "버려지고 덧없는 것들에 대한 애착. 나도 버려져 있다고 생각했기에, 그것들이 애틋하게 느껴졌다.’ 구본창이 저서 ‘공명의 시간을 담다- 시간을 수집하는 사진가’에 실린 그의 생각이다. .. 2024. 3. 5.
우리동네 마지막 설경 올해는 눈이 자주 왔다. 그러나 도심에서는 해만 올라오고 나면 눈은 이내 녹고 길만 질척거렸지 설경다운 설경을 볼 수 없었다. 그런데 2월도 끝날 무렵 내린 눈은 습설이어선지 한낮에도 잘 녹지않고 동네 공원에도 예쁜 설경을 보여주었다. 꼭 멀리가지 않아도 동네 공원에서 이렇게 멋진 설경을 볼 수 있다니 정말 동화 속 풍경 같았다. 강원도에서는 자주 내린 폭설 때문에 피해가 많다는데 어쩌면 올 겨울 마지막이 될 설경을 마음껏 즐긴 날이었다. 2024. 3. 1.
영금정의 일출 날씨가 흐린다는 예보는 들었지만 마지막 날은 영금정으로 일출을 보러 나섰다. 아직 해가 뜨기도 훨씬 전인데 일출을 보려는 사람들로 정자는 이미 꽉 차있었다. 구름층 위로 서서히 하늘이 붉어지며 바다까지 묽게 물들이고 있었다. 아래는 부지런한 어부가 그물을 들고 일출은 아랑곳 하지않고 낚시 준비를 하고 있었다. 드디어 구름층을 뚫고 해가 올라오자 사람들의 함성이 들려오고 올 한해도 무탈하게 지나가기를 각자 마음속으로 빌어보았다. 2024. 2.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