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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빙기(解氷期)

by 아네모네(한향순) 2021. 2. 6.

 

 

해빙기(解氷期)

                                                                       한 향 순

 

며칠 동안 강추위가 계속되더니 강이 꽁꽁 얼었다.

사람사이에 온기마저도 단절시키고 몸을 사리던 시간들도

꽁꽁 얼어 행여 녹지 않는 장벽이 될 것 같았다.

 

괴로움에 터져 나온 말들은 조용히 얼음 속으로 가라앉고,

겨울바람이 기승을 부리는 동안에도 강물은

얼음 밑에서 소리죽여 흐르고 있었다.

 

그러나 언젠가 조금씩 훈풍이 불기 시작하고

강이 쩡쩡 울기 시작하면 얼었던 강물도 조금씩 풀리겠지.

꽁꽁 얼었던 강이 풀리면 우리를 조이던 속박의

매듭도 조금씩 느슨해 질 것이다.

 

얼음이 녹는 때가 가장 위험한 시기인 것을

본능으로 알아챈 동물들도 조심하는 시기

그때가 언제 오려는지 애타게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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