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가을
늦가을 작은 포구에 해가 기울고 있었다.
야생의 땅에 비껴든 햇살이 붉은색으로 변하자
머리를 풀어헤친 갈대도 덩달아 붉게 물들었다.
잡초가 우거진 벌판에는 낡은 폐선이 버려져있고
그 끝에 오래 웅크리고 앉아있는 남자를 보았다.
무슨 연유로 그 사람이 거기에 있는지 모르지만
그 장면은 가슴이 뭉클하도록 나에게 울림을 주었다.
남자의 뒷모습은 설명이 없어도 짙은 외로움이었다.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할 힘든 가장인지,
아니면 먼 이국땅에 일하러 온 노동자의 고뇌인지,
그 모습은 오랫동안 깊은 연민으로 다가왔다.
코로나의 광풍이 몰아치는 올해 가을
주위에는 이런 모습의 사람들이 많아졌다.
혼자만의 고통이 아니라고 덜 아픈 것은 아니지 않은가.
혼자만의 외로움이 아니라고 참으라고만 할 것인가.
누군가 산다는 것은 조용히 울음을 삼키는
것이라고 말한 것이 실감나는 가을이다.
2020년 11월호<좋은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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