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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외로운 가을

by 아네모네(한향순) 2020. 12. 2.

 

외로운 가을

 

늦가을 작은 포구에 해가 기울고 있었다.

야생의 땅에 비껴든 햇살이 붉은색으로 변하자

머리를 풀어헤친 갈대도 덩달아 붉게 물들었다.

잡초가 우거진 벌판에는 낡은 폐선이 버려져있고

그 끝에 오래 웅크리고 앉아있는 남자를 보았다.

 

무슨 연유로 그 사람이 거기에 있는지 모르지만

그 장면은 가슴이 뭉클하도록 나에게 울림을 주었다.

남자의 뒷모습은 설명이 없어도 짙은 외로움이었다.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할 힘든 가장인지,

아니면 먼 이국땅에 일하러 온 노동자의 고뇌인지,

그 모습은 오랫동안 깊은 연민으로 다가왔다.

 

코로나의 광풍이 몰아치는 올해 가을

주위에는 이런 모습의 사람들이 많아졌다.

혼자만의 고통이 아니라고 덜 아픈 것은 아니지 않은가.

혼자만의 외로움이 아니라고 참으라고만 할 것인가.

누군가 산다는 것은 조용히 울음을 삼키는

것이라고 말한 것이 실감나는 가을이다.

 

 

                                                            2020년 11월호<좋은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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