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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물안개와 단풍이 어우러지는 섬

by 아네모네(한향순) 2020. 11. 18.

 

물안개와 단풍이 어우러지는 섬

 

                                                                                   한 향 순

 

올 가을은 유난히 가슴이 시리고 쓸쓸하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오래 하다 보니

사람사이의 온기도 식고 자꾸 서운함과 허전함이 쌓이는 것은 나이가 든 탓 일게다.

찬바람이 옷깃을 파고들고 가로수가 낙엽 되어 떨어지는 늦가을이 되면 달려가고 싶은 곳이 있다.

자욱한 물안개가 강위로 피어오르고 오색의 단풍들이 어우러져 몽환적인 분위기가 되는 남이섬이다.

 

 

 

젊은 시절 아이들의 손을 잡고 소풍을 갔던 곳을, 많은 세월이 흐른 몇 년 전부터 다시 찾게 된 것은

가을의 절경을 촬영하기 위해서이다. 섬은 사계절이 모두 아름답지만 특히 단풍이 드는

늦가을과 흰 눈이 내리는 한겨울에 섬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숲에는 침엽수보다 활엽수가 많아 가을이 되면 색의 향연이 시작된 것처럼 온 섬이 갖가지 색으로 물든다.

특히 황금색으로 물드는 아름드리 메타세콰이어 숲길도 유명한데, 같은 종류의 나무라도

매연에 찌드는 도심의 나무와는 비교가 안 된다.

 

 

남이섬은 춘천시와 경기도 가평군의 경계를 이루며 흐르는 북한강에 있는 섬이며,

면적은 약 46이고, 둘레는 약 6이나 된다. 옛날에는 홍수가 날 때만 주변 지역이

물에 잠기면서 일시적으로 섬이 되었으나 청평 댐이 건설되면서 수위가 높아지자 완전한 섬이 되었다.

그 후 옛날부터 살던 일부 주민들이 농사를 지었으나 관광회사가 땅을 매입하면서

1960년대에 본격적인 관광지로 개발되었다.

남이섬이라는 지명은 남이(南怡) 장군의 묘소로부터 유래하였는데, 그가 묻혔다는 전설이 담긴 돌무덤이 있고,

그곳의 돌을 함부로 가져갈 경우 집안에 우환이 생겼다고 한다.

그 후, 관광회사에서 그 돌무더기에 흙을 덮어 봉분을 만들고, 둘레를 잘 꾸며 지금의 묘를 만들었다고 한다.

 

 

사십여 년 전에 비하면 남이섬은 산전벽해를 이룰 정도로 많이 달라졌다.

2006년 남이섬은 국가 개념의 테마 파크인 나미나라공화국으로독립을 선언하여

한국의 관광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으며,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아왔다.

요즈음은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짚라인을 개발하여 배를 타지 않아도 액티비티

스포츠를 즐기며 섬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우리는 사람이 많은 주말이나 한낮은 피하고, 주로 새벽에 달려가 첫배를 타거나

남이섬 안에 있는 호숫가 펜션에서 숙박을 하는데, 이른 아침 강에서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물안개는

단풍든 나무들과 어울려 파스텔 톤의 몽환적인 세상이 된다.

 

 

시월부터 물들기 시작하는 계수나무 숲길에서부터 은행나무 길과 자작나무길,

그리고 11월에 황금빛으로 물들어 하늘을 가리는 메타세콰이어의 길은 찾아 온 이들을 환호성으로 들뜨게 한다.

남이섬에는 70년대부터 메타세콰이어를 심기 시작하였다는데,

사만 그루나 되는 나무가 지금은 아름드리가 나무가 되었으며 가을에는 황금색으로 변하여 장관을 이룬다.

사람과의 거리가 점점 멀어져 가는 올 가을, 누구나 외롭겠지만 가을이 무르익은 섬에서

낙엽을 밟으며 자신에게 침잠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그린에세이 11,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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