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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소금이 온다.

by 아네모네(한향순) 2020. 7. 12.

 

소금이 온다.

 

염전 사람들은 소금 만드는 일을

반가운 손님을 맞듯이 소금이 온다.’라고 한다.

바다의 속살을 넓은 벌판에 가두고 햇볕과 바람에 말리며

긴 시간을 기다려야 소금밭에 서서히 소금꽃이 핀다.

 

따가운 햇볕은 곡식만 익게 하는 것이 아니라 소금도 익게 했다.

뙤약볕 아래 고통을 감내하며 천형(天刑)처럼

가래질하는 염부의 등짝에도 허옇게 소금꽃이 핀다.

평생의 천직이라 여기고 묵묵히 일하는 노인의

땀이 모아져서 영롱하고 굵은 소금이 영근다.

끝없이 반복되는 염부의 가래질에 바다의 기억이

조금씩 지워질 때쯤이면, 바다의 보석인 소금이 온다.

 

가장 덥고 고통스런 날에 가장 영롱하고 좋은 소금이 온다고 한다.

그동안 코로나19로 숨죽이며 고통을 겪은 사람들

그 많은 사람들의 땀과 인내가 헛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소금이 되어 올 것이다.

 

  한 향 순

 

                                             

                                                        2020년 7월호 <좋은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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