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포토에세이

기억속의 시간여행

by 아네모네(한향순) 2021. 1. 20.

 

기억 속의 시간여행

    한 향 순

  해가 바뀐다고 유장한 세월 속에서 별로 달라질 것도 없는 새해이다

그래도 한 해 동안 코로나로 힘들었던 시간들은 지난 세월 속에 묻어버리고

기쁜 소식을 전해줄 하얀 눈을 기다려본다. 행여 눈이 오면 더욱 좋고 눈이 없어도

이맘때쯤 찾게 되는 곳은 용인에 있는 한국민속촌이다.

한국민속촌은 30만평이 넘는 부지에 조선시대의 가옥을 옮겨와서 만든 민족문화를 소개하기 위해 조성된 곳이다.

오랫동안 전승되어 온 우리의 생활풍속을 한데 모아 1974년 창립되어 지금까지 생생한 문화체험을

할 수 있는 아름다운 자연속의 전통문화 관광지로서 알려져 있다.

 

 

사십 여 년 전, 우리 부부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어린 아이들 손을 잡고 처음 찾았던 민속촌은

그저 놀랍고 신기하기만 했다. 영화나 사극에서만 보았던 조선시대의 마을과 우리 선조들의 생활상이

적나라하게 펼쳐 있고 먼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하는 것 같았다.

요즘은 내가 사는 동네와 가까워서 촬영하러 자주 가는 곳이지만, 어느 계절에 가도 아름답고

순수한 자연을 만날 수 있고 볼거리와 재미를 선물하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옛 추억을 선물하기도 한다.

 

 

한겨울 초가지붕 위에 주렁주렁 매달린 고드름이나 눈이 오는 날 장독대에 소복이 쌓인 눈을 보고 있으면,

추억 속의 고향을 만날 수 있고 시리고 냉랭했던 가슴이 화롯불처럼 따뜻해져 온다.

또한 우리 기억 속에 잊혀져가는 풍경이나 풍습을 발견하게 되고 아련한 향수 속에 젖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명절을 전후해서는 여러 가지 이벤트나 행사를 많이 하는데 그중의 하나가 지신밟기나 쥐불놀이이다.

지신밟기는 옛 부터 정월 대보름에 행해지던 일종의 가면행렬 놀이로 마을과 집안의 평안을 빌고

나아가서는 한해의 풍년을 기원하는 행사였다.

 

 

음력 정월 대보름 농악대가 집집을 돌며 지신(地神)을 달래고 복을 비는 민속놀이로

지방에 따라서는 '마당 밟기''매귀(埋鬼)'라고도 했다. 지신을 밟으면 터주가 흡족해 하여

악귀를 물리쳐 주인에게 복을 가져다주고 가족의 수명과 건강을 지켜주며 풍년이 들게 해준다고 전한다.

농악대나 풍물패 일행을 맞이한 주인은 주안상을 차려 그들을 대접하고 금전이나 곡식으로

사례를 했는데, 이렇게 모은 금품은 마을의 공동사업에 쓰기도 했다.

민속촌에서 재현되는 지신밟기도 풍물패가 여러 집을 돌며 흥을 돋구어 지신을 달래고

악귀를 쫓아내며 그 집에 사는 주인의 건강과 부귀를 빌어주는 행사이다.

 

 

더구나 마당 뿐 아니라 부엌이나 장독대에 있는 터주를 달래어 장맛이 변하지 않고

음식에 탈이 나지 않기를 빌어준다. 그 집의 주인은 풍물패들이나 구경 온 사람들에게

대개 떡이나 막걸리를 대접하여 답례를 하곤 했다.

민속촌에도 때를 잘 맞추어 가면 시루에 떡을 찌는 아주머니를 만나 갓 쪄낸 떡을 얻어먹을 수도 있다.

전통은 맥이 끊긴 낡은 유물이 아닌, 현대 생활 구석구석까지 녹아있는 우리 민족 삶의 양식이다.

전통문화의 가치를 함께 누리고 보전해 가는 것이 아이들에게 물려줄 우리세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린에세이 1,2월호>

 

 

 

 

 

'포토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해빙기(解氷期)  (0) 2021.02.06
떠다니는 갈대섬  (0) 2021.01.24
외로운 가을  (0) 2020.12.02
슬픈 역사를 간직한 다리  (0) 2020.11.29
물안개와 단풍이 어우러지는 섬  (0) 2020.11.18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