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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속의 섬 우도 제주에서 셋째 날은 배를 타고 섬속의 섬 우도로 들어갔다. 우도에서 제일먼저 들른 곳은 우도 8경중의 하나인 서빈백사 해변이었다. 비취색 물빛이 얼마나 곱고 맑은지 종일 있고 싶은 곳이기도 했다. 홍조단괴로 이루어진 해변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고 세계적으로도 드물어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는데 이곳에서 바라보는 지미봉과 그 너머 한라영봉의 경치 또한 일품이기에, 연일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우두봉 정상으로 가는 길에 만난 사자바위 옆에서 보면 사지얼굴을 닮았다. 우도의 제4경은 지두청사(地頭靑沙)로 등대가 있는 소머리오름인 우두봉에서 바라보는 푸른 잔디와 어울린 바다와 백사장의 풍경을 통칭하는 말이다. ‘지두’는 천진항 동쪽에 높이 솟은 등성이인 ‘우두봉’을, ‘청사’는 ‘푸른색의 잔디.. 2023. 3. 25.
폐선 폐선 한 향 순 작은 포구에는 밀물이 시작되는지 갯벌은 점점 잠겨들고 수평선과 작은 섬 뒤로 불그레한 노을이 시작되고 있었다. 물이 들어오는 갯고랑에는 작은 물고기가 있는지 갈매기들이 가끔 그 위를 선회하고 있다. 갈매기가 앉은 곳에 얼른 무엇인지 알아볼 수 없는 작은 폐선이 시커먼 갯벌 속으로 잠겨 들어가고 있었다. 한때는 주인이 애지중지하며 배를 길들였을 것이고, 파도와 싸우며 그들의 밥벌이를 책임졌을 작은 목선이다. 이제는 늙고 쇠락하여 주인에게 버려지고 아무런 항거도 못하고 갯벌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목선은 한창 왕성하게 일을 하던 시절의 자랑스러운 패기와 수많은 기억들을 함구한 채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사람도 저 폐선처럼 늙고 병이 들면 홀로 죽음을 맞이하고 결국 자연의 일부로 돌아갈 .. 2023. 3. 22.
친구를 위하여 친구를 위하여 한 향 순 40년 동안 가깝게 지내던 친구한테서 한 장의 사진과 함께 날벼락 같은 소식을 받았다. 병원에서 환자복을 입고 주사를 맞고 있는 모습과 함께 “췌장암 악성”이라는 간단한 문자를 받은 것이다. 두 달 전만 해도 셋이 만나 밥을 먹고 잡다한 이야기를 하다가 헤어지지 않았던가. 이달에는 몸이 안 좋으니 한 달 거르고 담달에 만나자고 약속을 했는데 이게 무슨 청천벽력이란 말인가. 아무리 사람 일이 한치 앞을 모른다고 하지만, 너무도 쾌활하고 열심히 살아온 친구였기에 그런 나쁜 병에 발목을 잡혔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며칠째 일도 손에 잡히지 않고 잠도 제대로 못자며 넋이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있는데, 그녀를 처음 만나던 때와 같이 보냈던 시간들이 흑백필름처럼 떠올랐다. 사십여 년 전.. 2023. 3. 22.
자신을 잘 조절할 수 있다면 자신을 잘 조절할 수 있다면 한 향 순 약속이 있어 외출 준비를 서두르는데, 무엇인가 코 주위에 서늘한 이물감이 느껴졌다. 무의식적으로 손을 갖다 대니 영락없이 선홍색 피가 묻어났다. “에구 또 코피가 나네.” 얼른 욕실로 들어가 찬물로 얼굴을 닦은 후, 티슈를 돌돌 말아 코 안에 집어넣었다. 휴지는 금방 붉은 색으로 물들고 코피는 진정 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 보통 코피가 나면 휴지로 코를 막고 고개를 뒤로 젖히고 오 분정도 있으면 그치곤 했는데 오늘은 어쩐 일인지 쉽게 그치지 않고 애를 먹였다. ‘내가 어제 무리를 했나?’ 하고 아무리 기억을 되짚어보아도 특별히 힘든 일은 없었다. 코로나로 그동안 만나지 못하던 친구들을 만나러 서울 시내에 나가서 점심을 먹고 서너 시간 수다를 .. 2023. 3. 22.
동강 할미꽃을 만나다. 아주 오랫만에 동강 할미꽃을 만나러 이른 새벽에 길을 나섰다 동강할미꽃은 정선 동강 유역의 험한 바위틈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일반 할미꽃보다 잔털이 많으며, 키에 비해 꽃의 크기가 큰 편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동강 유역에서만 볼 수 있는 할미꽃으로, 한때 무분별한 채취로 자취를 감췄으나 최근 지역 주민들의 노력으로 개체수가 많이 늘어났다 아직 햇볕이 약하여 오므린 꽃들이 시간이 흐르자 꽃잎을 열기 시작했다. 동강 할미꽃은 바위틈에 서식하기에 가는 길도 험하고 촬영할때도 바위를 올라야 하기에 여간 조심하지않으면 위험할수 있으므로 긴장을 하고 조심해야한다. 2023. 3. 19.
이른 봄의 동강 아직은 쌀쌀한 바람이 옷깃을 파고 드는 아침 동강 지역에만 자생한다는 할미꽃을 만나러 오랫만에 동강을 휘돌아 가는 백운산 자락을 찾았다. 아직 햇빛이 들지 않는 바위는 봄빛에 인색했고 물빛도 어두웠지만 봄빛은 서서히 스며들고 있었다. 아찔한 바위 절벽에 붙어서 할미꽃을 촬영하는 사람들 정선의 한반도 지형 2023. 3. 19.
유채꽃의 물결 3월의 제주는 어딜가나 눈부신 유채꽃의 물결이 눈을 번쩍 뜨게 만든다. 검은색의 돌담 안에 터질듯 부푼 노란색은 가슴 벅찬 색채이다. 유채꽃밭 노오란 /나태주 유채꽃밭 노오란 꽃 핀 것만 봐도 눈물 고였다. 너무나 순정적인 너무나 맹목적인 아, 열여섯 살짜리 달빛의 이슬의 안쓰렁누 발목이여. 모가지여. 가슴이여. 2023. 3. 16.
매화와 동백 아침 일찍 중산간 쪽에서 성산쪽으로 달리다보니 하얀 솜사탕 같은 밭이 보였다. 남쪽에서 더러 매화 소식이 들리긴 했지만 이렇게 우연히 매화농장을 만나게 될줄 몰랐다. 주인은 아직 안보이고 우리는 주인없는 농장에서 한참을 꽃구경에 빠졌다. 매화 뿐 아니라 한쪽에는 감귤 나무와 동백꽃도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다. 2023. 3. 13.
올해의 야생화 2월 부터 남녁에서는 꽃소식이 전해지는데 중부지방은 차가운 날씨로 꽃을 보러 갈 엄두가 나질 않았다. 올해도 야생화를 못보고 지나가려나 했는데 절물 휴양림의 산책로에서 노란 복수초와 바람꽃을 만나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제주에 있는 복수초는 일반 복수초와는 모양이 조금 다른데 이름이 세복수초라고 블친님이 알려주었다. 2023. 3. 10.
절물 자연 휴양림 서로 다른 남남이 만나 무탈하게 반세기를 살아낸 결혼 50주년 지난 세월을 뒤돌아보니 구불구불 걸어 온 길이 까마득하게 느껴졌다. 그냥 넘기기엔 섭섭해서 우리끼리 자축이라도 하자며 제주에 며칠 머물렀다. 일주일 전만 하더라도 회색빛 나무들과 숲이 겨울 느낌이었는데 서울에 올때는 제법 더웠던 3월의 문턱이었다. 제주 절물자연휴양림은 한화 콘도 근처에 있기도 하고 우리가 즐겨 찾는 곳인데 이날도 시간이 어정쩡하여 근처에 있는 휴양림에 가서 걷다가 오자고 하여 늦은 오후에 들렸다. 휴양림은 울창한 숲이 주는 맑고 푸른색 양기와 신선한 공기 등 다양한 환경으로 몸과 마음을 동시에 건강하게 하는 테마 산책로 이다. 절물자연휴양림의 '절물'이란 지명의 유래는 옛날 절 옆에 물이 있었다고 하여 붙어진 이름으로 현재 .. 2023. 3. 10.
호수의 아침 오랫만에 동호회원들과 새벽 출사를 나갔다. 안성에 있는 고삼저수지는 예전에 자주 다니던 곳인데 오랫만에 들리니 주변 환경이 많이 달라져 있었다. 새벽 어둠속에 웅크린 호수는 아직 깨어나지 않고 푸른 색을 띠고 있었다. 주변 동네 풍경도 5,6년 전과는 많이 달라져 있어 여름이면 풍성하던 연밭도 텅 비어 있었다. 흐린 날씨 탓에 일출 시간이 지나도 깨어 날줄 모르던 호수에 붉은 빛이 서서히 물들며 구름을 뚫고 해가 올라왔다. 해가 올라오자 따뜻한 빛이 감돌며 호수가 개어나기 시작했다. 2023. 3. 7.
박노해 사진전 시인이자 사진작가인 박노해는 노동 운동가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 는 이라크를 비롯한 전 세계 분쟁지역을 돌며 진실을 기록해 온 것들이다. 가장 먼저 울고 가장 먼저 웃고 가장 연약하고 가장 강인하고 자신들만의 길을 찾아서 거침없이 앞을 향해 나아가버리는 아이들은, 아이들은 놀라워라 어린 형제가 일 나간 엄마를 마중하러 거센 바람 부는 황야를 가로질러 믿음의 손을 붙잡고 나아간다 아, 우주 가운데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이다 한 톨의 지구에서 짧고도 괴로운 생을 사는 ‘인간의 비참’ 그럼에도 서로 사랑하고 헌신하고 사유하는 ‘인간의 위대’ 그 사이에서, 지구에 온 아이들은 흔들리는 별빛이다 이토록 위험 가득한 세계 속에서 이렇게 앞이 보이지 않는 시대 속에서 인간의 비참과 위대 사이를 가르며 새로운 세상을 열.. 2023. 3.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