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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비둘기낭 폭포

by 아네모네(한향순) 2021. 7. 29.

 

비둘기낭 폭포

 

                                                                                                 한 향 순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7월은 몸과 마음이 열기에 탈진이 된다. 사소한 일에도 예민해지고

날 선 감정에 지친 날이면 하루쯤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을 찾아 떠나는 게 상책이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요즘은 바다보다는 깊은 산속 청량하게 쏟아지는 폭포와 시원한 계곡이 더 마음에 끌린다.

비둘기낭폭포는 경기도 포천시 영북면 대회산리 비둘기낭 마을에 있는 폭포이다.

폭포 뒤의 동굴에서 백 비둘기들이 집을 짓고 살았는데, 비둘기 둥지와 같이

움푹 파인 낭떠러지라는 의미에서 이런 이름이 유래하였다.

이 폭포는 포천 한탄강의 용암분출과 불무산에서 발원한 계곡이 형성한 폭포로 천연기념물 로 지정되었다.

 

 

목책으로 만든 마지막 계단을 내려서자 거대한 현무암 협곡의 절벽이 앞을 가로막는다. 

우묵하게 파진 동굴 옆으로 힘차게 떨어지는 폭포의 물줄기를 따라 시선을 떨어뜨리면

모습을 드러내는 에메랄드 빛깔의 물웅덩이가 있다

그 위로 햇살이 수직으로 쏟아져 내려 물 표면은 보석처럼 반짝인다. 

물보라를 일으키며 떨어지는 폭포를 한참동안 멍하니 바라보노라면

사소한 감정들로 아옹다옹했던 시간들이 갑자기 속절없이 느껴진다.

 

 

예전에는 폭포 앞까지 내려갈 수 있어 가까이에서 근접 촬영을 하곤 했는데, 

요즘은 목책을 둘러놓아 가까이 하기가 힘들고 보통은 위에서 폭포를 관람해야한다. 

짙은 푸른빛의 소는 가장자리로 갈수록 녹색으로 아련하게 옅어지고, 

소와 절벽이 만나는 곳은 침식작용으로 낮에도 어두컴컴한 동굴을 만들어 놓았다.

이곳은 높이 30m가 넘는 현무암 협곡과 주상절리까지 어우러져 신비로움을 더해준다. 

특히 비둘기낭 폭포는 용암 분출에 따른 침식과 폭포 발달 과정을 알 수 있는 독특한 지형으로, 

지질학적 형성과정을 이해하는 자료가 된다고 한다.

 

 

또한 억겁의 세월동안 자연이 빚어놓은 천혜의 절경은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를 촬영하게 했고

여러 감독들을 반하게 만든 곳이다. 더불어 인근에 한탄강 하늘다리와 트래킹 코스로

인기 높은 한탄강주상절리길이 조성되어 있어 협곡을 따라 걷기에도 좋다. 

근처에 한국의 그랜드캐니언으로 불리는 멍우리협곡에서 한탄강의

깎아지른 주상절리와 수직절벽이 끊임없이 펼쳐진 풍경도 볼 수 있다.

하루쯤 줄타기를 하듯 사람 속에서 지친 자신을 위로하며 자연 속에서

힐링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더운 여름을 이기는 방법이 될지도 모른다.

 

 

                                                           2021년 7,8월호 <그린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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