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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제주의 팽나무

by 아네모네(한향순) 2021. 11. 30.

 

제주의 팽나무

 

                                                            한 향 순

 

제주의 팽나무는 마디 굵은 늙은 어머니의 손을 닮았다.

울퉁불퉁 옹이가 생긴 가지에 한쪽으로만

기울어진 나무가 안쓰러우면서도 신령스럽다.

제주 방언으로 폭낭이라 부르는 팽나무는

마을의 신목(神木)이자, 제주 정신의 상징이었다.

 

바람 부는 방향으로 가지를 뻗은 팽나무를

가만히 보노라면 불굴의 나무라는 생각이 든다.

팽나무는 매서운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허리가 구부러져서

숱한 고난의 역사를 참고 견디는 제주 사람들을 닮았다.

 

사계절의 팽나무 중에도 유독 잎이 모두 떨어지고

빈 가지를 보여주는 나목(裸木)의 팽나무를 좋아한다.

중산간 쪽으로 올라가면 쓸쓸한 언덕에 어떤 의식을 치르듯이

홀로 의연하게 서 있는 팽나무가 보인다.

한때 그곳은 마을이 있었던 자리이며

그 마을을 지켜주던 보호수이며 당산나무였을 것이다.

 

어떤 비바람이 불어와도 생명력을 잃지 않고

꿋꿋하게 버티는 팽나무처럼 고난의 시간을

이겨낸 사람들은 저 팽나무처럼 당당하고 의연할 것이다.

  

 

 

                                                        2021년 11월 <좋은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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