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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목의 의미 나목(裸木)의 의미 한 향 순 그곳으로 가는 길은 하얗게 눈을 뒤집어 쓴 나무들과 그것을 품은 설산(雪山)이 굽이굽이 이어져 있었다. 표지판을 따라 꼬불꼬불한 고개를 넘다보니, 동양화 같은 산자락에 포근히 안긴 하얀 건물이 나타났다. 사방은 병풍처럼 산으로 둘러져 있고 아늑한 분지 같은 곳에 .. 2009. 7. 15.
생명의 노래 생명의 노래 한 향 순 우편함에 묵직하게 꽂혀있는 책을 발견했다. 정기구독을 하는 잡지이거나, 책을 낸 문우들의 증정본일 것이라고 생각하며 무심히 꺼내보니 낯익은 친구의 필체가 반갑다. 포장을 뜯으니 깨알처럼 쓴 정겨운 글이 나온다. “사람이 살고 죽는 게 덧없습니다. 꽃이 피고 지는 것도 .. 2009. 7. 15.
익숙한 몸짓들과 이별을 고하며 익숙한 몸짓들과 이별을 고하며 아침에 눈을 뜨면 혹시나 하며 이불을 젖히고 다리부터 살핀다. 예전처럼 벌떡 일어나던 건강한 다리이기를 간절히 기대하면서... 그러나 여전히 오른쪽 무릎은 산모의 얼굴처럼 퉁퉁 부어 있고, 침과 부항을 뜬 자리가 푸르죽죽하게 멍으로 남아 마치 무언의 데모를 .. 2009. 7. 15.
환락의 도시 라스베가스 환락의 도시 라스베가스 하루 종일 사막을 달려 도착한 라스베가스 는 낮에 보니 그저 평범한 도시처럼 보였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사람들이 온 종일을 달려서 사막 한가운데 있는 이곳으로 모이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라스베가스는 125년 전에 몰몬교도들이 정착하여 도시를 건설하.. 2009. 7. 14.
모하비 사막을 달리다. 곡창지대와 사막을 달리다. 아침을 먹고 일찌감치 프레즈노를 출발하자 끝도 안보이게 이어지는 넓은 밭뿐이었는데, 거의가 아몬드나 옥수수 밭이라고 했다. 그런데 규모가 얼마나 넓은 지 끝이 보이지 않아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다. 모든 농작물은 기계화가 되어 있어 대량생산을 하고 .. 2009. 7. 14.
요세미티 국립공원 요세미티 국립공원 TV에서 많이 보았던 요세미티 국립공원은 당연히 호기심을 자극하여 커다란 기대감을 안고 출발을 하였다. 그러나 면적만도 삼천 킬로미터가 넘는다는 공원은 차로 달리는데도 가도 가도 끝이 없었다. 주로 소나무처럼 생긴 “레드우드”와 “세코아”라는 나무가 많.. 2009. 7. 14.
호숫가의 아침 호숫가의 아침 한 향 순 꿈결인 듯 낯선 소리에 눈이 떠졌다. 어느새 동이 텄는지 집안은 훤하게 밝았다. 화들짝 놀라 옆자리를 보니, 새벽잠이 없는 남편은 벌써 산책이라도 나간 모양이다. 눈을 비비며 커튼을 젖히고 나니 건너편의 숲과 호수가 기지개를 켜며 알몸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때서야 비.. 2009. 7. 14.
호칭에 대하여 호칭에 대하여 한 향 순 약속시간에 늦을까봐 초조한 마음으로 버스에 올랐다. 예상했던 것처럼 좌석버스 안은 만원이라 빈자리가 없었다. 비가 와서 우산과 핸드백에 오늘 전해줄 물건까지 들고 서있으려니 이리저리 중심을 못 잡고 차가 쏠리는 대로 몸이 기우뚱거린다. 이런 상태로 한 시간 이상을.. 2009. 7. 14.
자동응답 전화기 자동 응답 전화기 한 향순 아침부터 쏟아지는 비 때문에 외출할 일을 뒤로 미루고 집에서 보내던 하루였다. 밀렸던 일을 대충 끝내고 나서 모처럼 한가해진 시간에 친구들과 이야기라도 나누고 싶어 여기저기 다이얼을 돌려본다. 몇 군데나 부재중의 신호음만 울리더니 드디어 한 곳에서 전화를 받는.. 2009. 7. 14.
상식이 있는 사람 상식(常識)이 있는 사람 한 향 순 12월도 얼마 남지 않은, 세모(歲暮)를 눈앞에 둔 즈음이었다. 이맘때가 되면 늘 가슴이 허전하고 무언가 잃어버린 것처럼 허둥대며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하게 된다. 속절없이 또 한해가 가고 손가락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알처럼, 빠르게 흘러가는 세월의 휘둘림에 멍.. 2009. 7. 14.
미국 서부지방의 관문 샌프란시스코 (2007, 9 ) 샌프란시스코의 관문 금문교 (2007, 09) 밤을 새워 도착한 샌프란시스코의 날씨는 의외로 서울처럼 따뜻하고 쾌청하게 맑은 날씨였다. 비행기위에서 내려다본 도시는 파란 물속에 박힌 놀이공원 같았는데, 더구나 길이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긴 베이 브릿지의 모습은 그저 신비롭기만 .. 2009. 7. 13.
승덕의 열하를 찾아서... 다음날에 건륭제가 어머니의 생신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소포탈라궁에 들렀다. 판첸라마의 거처였던 이곳에서 연암은 당시 국제관계를 읽어냈다. 사실 이곳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모인 열하 자체가 그에게는 정말 깊은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푸닝스(普寧寺)를 본 후 식사를 하고 급히 베.. 2009. 7.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