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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모음/근래의 수필16

마음 관리 마음 관리 한 향 순 어느새 두 번째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코로나가 온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은 지 이년이 가까워지고 있지만, 아직도 두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새로운 확진자의 숫자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그동안 외출도 자제하고 사람을 경계하며 예민해지다보니 우울증을 호소하는 이들도 부쩍 늘고 극도의 피로감과 번아웃 증상을 경험했다는 이들도 더러 생겨났다. 그동안 코로나로 경제적인 압박뿐 아니라, 정신적인 압박으로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이들이 부쩍 많아진 것이다. 하나뿐인 남동생도 그중 한사람이다. 오랫동안 식욕부진과 무력감에 시달리다가 발견한 병명이 림프암이었다. 다행이 발견시기가 그리 늦지 않아 항암치료를 잘 받으면 생명에는 그리 위험하지는 않을 것이라 했다. 동생은 체력이 고갈되어 병원에 입, 퇴.. 2021. 12. 9.
다시 찾은 월정사 다시 찾은 월정사 한 향 순 올해 겨울은 유난히 몸도 마음도 추운 것 같다. 겨울이 오면서부터 기승을 부리던 전염병은 가족과 친지들의 안부를 챙겨주던 연말연시도 없애버리더니 이젠 명절까지도 사람을 절해고도처럼 고립시키려나보다. 게다가 몇 년 만의 한파까지 겹쳐 더욱 움츠러들게 만든다. 마음이 추우니 올 겨울이 더 춥게 느껴져, 모든 의욕도 줄어들고 하루하루가 답답했다. 오히려 많아진 시간을 고마워하기는커녕 나무늘보처럼 게을러지기 일쑤였다. 그런 무력감을 조금이나마 떨어버리려고 선택한 방법이 겨울바다를 보러 가는 일이었다. 사람들은 대개 답답하고 무언가 풀리지 않을 때는 바다를 찾아 격렬하게 부딪히는 파도를 보며 응어리진 마음을 쏟아내곤 한다. 그런데 신년 초에는 코로나로 이런 바닷가마저 통제를 했다. 그.. 2021. 4. 2.
팽나무에 부는 바람 팽나무에 부는 바람 한 향 순 나무는 비스듬히 누워서 모자를 쓴 것처럼 보였다. 뺨에 와 닿는 바람이 여인의 손길처럼 한결 부드러워진걸 보니 바람은 벌써 봄을 품고 있었다. 십여 년 전부터 제주를 오가며 사진촬영을 하는데, 제주 특유의 돌과 바다도 좋아하지만 요즘은 유독 제주의 팽나무에 마음이 끌린다. 바람이 강한 제주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뿌리를 단단히 박고 중심을 잡아야 했으니 나무는 얼마나 힘들고 고달팠을까. 그래서인지 이곳의 팽나무는 유독 가지가 바람 부는 방향으로 뻗어있으며, 나뭇가지는 마치 매듭을 묶어놓은 것처럼 울퉁불퉁 굵은 마디가 생겼다. 제주의 팽나무는 방언으로 폭낭이라고도 하는데, 어느 곳을 가도 마을 어귀에서 흔하게 볼 수 있으며 짠물과 갯바람을 버틸 수 있는 만큼 강한 나무이기도 하.. 2021. 3. 15.
연암의 발자취를 따라서 연암의 발자취를 따라서 한 향 순 사진 속의 사람들은 한껏 웃고 있었다. 낯선 여행길에서 들뜬 감성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정말 재미있고 즐거워서였을까. 2007년 오월, 오랫동안 함께 수필을 쓰고 공부하던 산영수필문학회 회원들이 이정림 선생님을 모시고 중국으로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따라서 문학기행을 떠났다. 강의실이나 딱딱한 공간에서 만나던 문우들과 며칠간의 여행은 일상에서 벗어나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는 만남의 기회이기도 했다. 즐거움에 들뜬 문우들은 조그만 일에도 어린아이들처럼 까르르 웃고 떠들며 모두 나이를 잊은 모습들이었다. 더구나 열하의 길잡이가 되어주신 분은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으로 재편집 하신 고전평론가 고미숙 선생이었다. 우리는 베이징에서 출발해 고북구(古北口) 장성을 통과해 금.. 2021. 3.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