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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모음/수필집(불씨)

책 머리에

by 아네모네(한향순) 2009. 4. 25.

 

    

 

      책 머리에

 

 

꽃들이 피어나는 신록의 봄인가 싶으면 더위가 오고, 긴 장마의 지루함에 하품을 하고 나면 어느새 조락의 계절이 다가왔습니다.

하수구에 마구 흘려버린 물처럼 시간은 빠르게 새고 세월의 강은 모든 기억을 휩쓸어 갈 것 같아 겁이 났습니다.

 

보잘 것 없이 평범한 삶이었지만 살아오면서 울고 웃던 기억의 편린들이나마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어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이십여 년 가까이 수필을 쓰면서도 책으로 묶어 세상에 내어 놓는 일은 커다란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누가 귀 기울여 들어 주지도 않는 넋두리를 펼쳐 놓는 것에 회의도 많았지만, 그것 또한 자신의 모습이라고 하신 어느 분의 글을 읽고 용기를 냈습니다.

부끄럽고 누추한 이야기지만 나의 숨김없는 고백이고 지난날의 나의 진솔한 모습이니까요.

 

글을 쓰는 일은 어쩌면 평범하고 하잘 것 없는 존재에 의미를 부여하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에서 “내가 너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너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글처럼 비로소

 내가 어떤 존재에 관심을 갖고 애정을 주었을 때, 그 것은 나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된다는 뜻입니다.

 

별것 아닌 삶을 별것으로 만들어 주고, 누추하고 허름한 삶을, 의미 있는 삶으로 바꿔주는 것이 글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오늘 저에게 이런 지면을 마련하도록 수필의 글밭으로 이끌어주신 이정림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한국일보와 롯데에서 수필공부를 하며 울고 웃던 문우들과 산영수필문학회 선후배님들 사랑합니다.

 

그리고 묵묵히 옆에서 후원을 보내준 남편과 멀리 있는 딸 주연이와 아들과 며느리, 두 손자도 나의 소중한 보물입니다.

바쁜 중에도 표지를 그려준 며느리 “종욱 어미야! 정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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