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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기/스페인 포르투칼 모로코

이슬람 문명을 꽃피운 코르도바

by 아네모네(한향순) 2009. 11. 30.

 

 

오늘은 코르도바로 이동하는 날이다. 패키지여행은 어디나 비슷하지만 스페인도 각도시마다 먼 거리를

 

버스로 이동하기 때문에 아침이면 일찍 일어나 짐을 꾸리고 버스에서 보내는 시간이 만만치 않다.

 

한참을 달리다보니 그리 크지 않은 강이 나타나고 아름다운 다리가 보이는 것이 어느덧 목적지에 다다른 모양이다.

 

 

코르도바 역시 그라나다처럼 이슬람 문화가 곳곳에 남아 있는 도시이다.

 

8세기경 한참 득세하고 있던 아랍인들은 유럽으로 진출하기 위해 이베리아 반도를 침략하게 된다.

 

스페인을 점령한 아랍인들은 수도를 코르도바로 정하고, 알람브라 궁전을 거점 삼아 이슬람 문명을 꽃피운다.

 

1234년에 스페인의 기독교도들이 다시 코르도바를 탈환했지만 이슬람 문화를 모두 없앨 수는 없었다.

 

 

그런 이슬람 문화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는 곳이 바로 당시의 수도였던 코르도바다.

 

이곳에서 맨 먼저 들른 곳은 메스키타인데, 수도에 어울리는 회교사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지어진 건물이라 규모가 매우 크다.

 

최대 2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회교사원이다. 메스키다는 애초에 회교사원으로

 

지어졌으나 나중에 천주교인들이 이를 부수고 성당으로 개조하였다.

 

 

 

 

 

 

그래서 내부는 이슬람교와 가톨릭이 공존하는 유일한 건물이 되었다.

 

거기다 단기간에 지으려고 주변의 그리스 양식 건물에서 기둥을 뽑아 건축을 해서 이슬람 양식과 함께

 

로마네스크양식이 혼합되었다.

 

큰 지붕을 지탱하기 위해 원기둥 위에 흰 돌과 붉은 벽돌로 된 줄무늬의 아치를 얹었는데,

 

내부의 은은한 조명 덕분에 수없이 겹쳐진 아치의 모습이 과연 장관이었다.

 

 

그러나 기둥 바닥에 있는 단은 기둥마다 높이가 다른데, 애초에 기둥을 주워올 때 높이가 안 맞아서 그걸 맞추려고 하다가 보니

 

그렇게 되었다고 한다.

 

원래 이곳에 로마인의 야누스 신전이 있던 터라서 기둥을 주워와 쓰다 보니 기둥이 전부 로마식이다.

 

 

메스키타 안에는 총 1013개의 석주가 있다고 하는데, 대성당이 지어지면서 300개 가까운 석주가 파괴되었다고 한다.

 

 현재는 856개. 몇 개 안 남은 문에서 가느다란 빛이 새어 들어오는 내부의 모습이다. 알람브라 궁전은

 

그저 아름답기만 했는데, 메스키다는 어쩐지 치열했던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싸움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내부를 둘러보며

 

 이런 저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메스키다의 내부로 들어가니 부분 부분마다 분위기가 달랐다.

 

처음 들어선 사원은 매우 어두컴컴했는데, 원래는 천장이 나무로 되어 있어서 하중을 받을 일도 없다보니

 

천장을 뻥 뚫어놓았는데, 가톨릭에서 개인 성당을 만들기 위해서 빛이 들어오는 곳을 5개의 문을 빼고는

 

전부 막아버려서 내부가 컴컴하다고 한다.

 

 

 

메스키타는 1523년까지 왕의 보호로 화를 피할 수 있었으나, 그 해 가톨릭 사제들은 그리스도교의 승리를

 

표현하기 위해 사원 중앙에 대성당을 세우자고 제안하였다.

 

당시 왕이었던 카를로스 5세는 성직자들의 제안을 받아들여 기도원의 일부를 헐고 그 자리에 성당을 세워서

 

지금도 사원 중앙에는 큰 성당이 자리하고 있다.

 

 

 

 

무슬림이 지배하던 10세기 초 코르도바는 당시 인구가 50만을 넘고 20만개의 주택, 50개의 병원,

 

500개의 공중 욕탕과 30개의 도서관이 있었다고 한다. 가슴 아픈 침략의 역사가 있는 곳이고 침략국의 성전이었던 곳이지만

 

 스페인 사람들은 그 문화를 고스란히 남겨두었고, 이제는 그 유적들이 스페인의 커다란 관광수입이 되고 있다.

 

지금의 메스키다에는 매주 가톨릭 미사가 열리는 성당이 되었지만 최근에는 곳곳에서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기도하는

 

이슬람 사람들도 볼 수 있다고 한다.

 

 

 

 

컴컴한 메스키다에서 갑자기 환한 거리로 나오니 눈이 부셨다.

 

우리는 오래된 도시에 남아있는 유적을 찾아 꼬불꼬불한 골목들을 누비고 다녔다.

 

또한 아주 좁은 골목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절경 메스키다의 종탑을 보기위해 발길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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