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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기/스페인 포르투칼 모로코

고대도시 패스

by 아네모네(한향순) 2009. 12. 9.

 

 

이제 유네스코의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패스의 8세기 고대도시 메디나, 구 시가지를 간다.

 

7천개가 넘는 좁은 미로로 되어 있는 중세도시, 유일한 교통수단은 노새와 당나귀인 이곳은 지금도 중세를 살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니 곧 비가 쏟아질것 처럼 날씨는 잔뜩 흐려있었다.

 

카사블랑카에서 패스까지 가는데는 4시간이 걸리고 또 패스에서 탕헤르까지도 4,5 시간이 걸린다니

 

오늘도 강행군의 연속이다.

 

가는길에 바닷가에서 잠시 쉬었는데 우리의 가이드 모하메드가 포즈를 취해주었다.

 

 

 <왕궁의 모습 얼마나 경계가 삼엄한지 사진도 마음대로 못찍게 하였다.>

 

87년 이슬람 세력의 분열로 마호메트의 후손인 술탄 이드리스가 수니파를 이끌고 모로코에 들어와 이드리스 왕조를

 

만든 곳이 모로코의 첫 이슬람 도시, 페스이다.

 

많은 사원이 세워져 종교적 성지가 되고 스페인으로부터 학자들을 데려다가 대학을 세워 학문의 중심지가 되기도 하며

 

교역의 중심지가 되어 상업도시로도 번창하게 되자 12세기에는 12만 가구가 살았다고 한다.

 

 <패스의 경찰서 >

 

 <시가지 모습>

 

미로같은 좁은 골목길을 이리저리 걸어가며 가이드가 하는 말이 옛날 교육의 도시였던 패스의 뒷골목에는 학교에서

 

공부하여야 할 아이들이 무리 무리 놀고 있다는 것이었는데 실상 걸어가다 보니 한창 공부해야 할 아이들이 몇명씩

 

몰려 다니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천여 년 전의 생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 좁은 골목 안에 고만고만한 면적의 가게들, 대장간과 작은 연장으로

 

두드려 세공하는 사람들도 있다.

 

 가게 외벽까지 울긋불긋한 천으로 만든 가방들이 걸려있고 커다란 숫돌을 돌려 칼을 가는 사람들

 

, 모여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과 관광객을 따라 다니며 물건을 사라고 조르는 사람들로 법석인데

 

좁은 골목길은 이리저리 구부러져 돌고 돌아드는 느낌이다.

 

 

좁은 길에 남녀노소 주민들 만이 아니라 관광객들도 한데 섞여 혼잡한 속을 야채와 밀가루, 가죽원단 등을 양쪽으로

 

늘어뜨려 실은 노새가 지나치기라도 하면 지나던 사람들은 옆으로 바짝 붙어서 길을 내 주어야 한다.

 

불규칙하게 엉켜있는 골목길을 오르락내리락 하기도 하고 때로는 집과 집 사이를 연결한 통로 밑을 지나기도 하며

 

집안으로 들어가는가 하면 그곳을 통과하여 다른 길로 나오기도 한다.

 

 

 

 

그 좁은 와중에 마른 과일이나 사탕 같은 물건들을 파는 노점상도 공존하는 곳이며 회교 사원이 있고 심지어 대학까지

 

있는 곳이 바로 세계 최대의 미로 속이다.

 

 

 

 

 

한참을 돌다가 들어간 가죽 염색 공장은 우리나라 방송국에서도 방영했던 적이 있는 곳이다.

 

천년 이상을 전해져 내려오는 방법 그대로 가죽 원단을 부드럽게 하려고 비둘기 똥이나 낙타의 배설물,

 

식물에서 뽑아낸 액 등 천연재료를 섞어 만든 액체에 담갔다가 무두질하여 천연염료로 염색하는 곳이라고 한다.

 

세계 최고의 품질을 인정받는 모로코가죽이 탄생하는 곳이다.

 

 

 

 

페스에 도착하면 먼저 구시가지 메디나 지역이 가장 잘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의 전망대로 간다.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메디나 지역은 중심이 될 큰 건물이 보이지 않고 모두 고만고만한 크기와 높이를 가진 집들이

 

쫙 깔려있는 느낌이고 중심이 될 큰 거리도 없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느낌이다.

 

모로코 도시의 메디나 지역은 이 곳처럼 미로를 중심으로 발달하였다는데 성채가 함락되더라도 많은 군대가 일시에 밀고 들어올 수

 

없도록 만든 것으로 방어전술로 이용한 것이라고 한다.

 

그 중에서도 페스의 메디나는 거의 완벽하게 옛 모습을 보존하고 있어서 세계 최대의 미로라는 별명과 함께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구 메디나 지역을 돌아보고 밖으로 나오자 뭔가에 홀렸다가 깨어난 기분이 등었다.

 

하지만 우리에게나 그들의 생활이 열악하게 보일 뿐이지 그 속에서 천여 년을 살아 내려오는 사람들의 밝고

 

 즐거운 표정은 삶의 방법이 다를 뿐이란 걸 말해주는 듯하다.

 

 

메디나 지역을 벗어난 외곽 지역에는 20세기 초에 프랑스가 모로코를 침공하고 페스를 공격하였을 때 9,000개가

 

넘는 좁은 골목의 미로를 가진 메디나 지역을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도시 외곽에 그들의 터전을 건설하였다는 신도시 지역이 있다.

 

 

현대적인 주택들, 넓은 길과 조경이 잘된 가로수, 그늘에 마련된 예쁜 쉼터들이 구 메디나 지역과는 너무 달라서 갑자기

 

다른 세상을 보는 듯하다.

 

이 지역을 보니까 조금 전 그들의 생활 방식에 만족하고 행복을 느끼면서 사는 게 아닐까 하던 생각에 회의가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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