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산은 어쩐지 쓸쓸하다. 여름내 풍성하던 나뭇잎도 벗고
물기가 걷힌 골짜기에는 낙엽이 쌓인 채 흰 눈이 깔려있다.
여름에는 보이지 않던 앙상한 나무들의 모습도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올곧게 위로 뻗은 놈이나 용트림을 하며 옆으로 굽은 나무,
모두가 제각기 조화를 이루며 어우러져 있다.
찬 공기를 가슴 깊숙이 들이마시며 크게 심호흡을 해 본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밀려가듯 살았던 시간들이 속절없게 느껴지고,
인간적인 속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슬픔에 빠져 있을 때
나는 의연하게 서 있는 산을 본다.
아무 것에도 흔들리지 않고 언제나 꿋꿋하게 그 자리에 버티고 있는 산.
넓은 가슴으로 모든 것을 포용하며 생명력까지 나누어주는
산처럼 감히 나도 그렇게 넉넉하게 늙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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