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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기/동유럽

독일의 뮌헨과 퓌센의 백조의 성 (2004, 05 )

by 아네모네(한향순) 2009. 4. 28.

 

 

2004, 5, 29 (뮌헨의 아침)

뮌헨의 아침이 밝았다. 뮌헨이라고 하면 막연히 짙은 안개와 음울하고 고독한 전혜린을 떠올리던 도시였는데, 오늘은 날씨가 화창하게 개어서인지 상큼하고 깨끗한 첫인상으로 다가왔다. 이곳은 서울과 같은 계절인데도 유난히 해가 일찍 뜨고 늦게 지는 것 같다. 오늘 하루는 관광 일정이 빡빡해서 새벽 모닝콜을 받고는 부지런히 서둘러야 했다.

 

 

 

 

아침의 싸한 공기를 가르며 다다른 곳은 뮌헨의 신시청사가 있는 마리엔 광장과 가장 오래된 성 피터 교회가 있는 곳이었다. 거기에는 유럽 특유의 바로크형식으로 이루어진 건물들이 줄지어 있고 두개의 탑이 경쟁을 하듯 우뚝 서있는 “프라우엔” 교회가 있었다. 오전 11시가 되면 신시청사의 시계탑에서 예쁜 인형들이 나와 춤을 추고 아름다운 음악을 들을 수 있다고 하였으나 아쉽게도 다음 행선지인 퓌센으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퓌센에서 조금 떨어진 슈반가우 숲 속에는 정말 동화 속에서나 나올듯한 아름다운 성이 있었다. “월트 디즈니”가 디즈니랜드를 설립할 때 모델로 삼았다는 노인슈반슈타인 성이었다. 이 성은 바이에른 국왕 “루드비히 2세”에 의해서 지어졌는데, 성의 아름다움 뒤에 숨겨진 국왕의 고독하고 기구한 운명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한다.

 

 

 

짙푸르고 울창한 관목과 아기의 속살처럼 부드럽고 연한녹색의 숲 속에 쌓여 고고하게 서있는 “백조의 성”을 보니 정말 관광객들만 없다면 영화 속에서나 보던 마법의 성을 옮겨 놓은 듯 너무 신비롭고 아름다웠다. 그러나 아름다운 성 뒤에는 누구도 가늠할 수 없는 한 인간의 고독과 슬픈 사연 있었다니 어쩌면 절대의 아름다움 뒤에는 항상 커다란 고통이 내재(內在)되어 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관광 첫날부터 난처한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유럽은 대체로 어디를 가나 유료 화장실이었는데 미처 잔돈을 준비해오지 못한 실수로 곤욕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빡빡한 일정의 단체여행 중에 화장실을 들락거리려면 여간 눈치가 보이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볼일이 급해서 겨우 화장실을 찾았는데 동전이 없어서 사용을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는 모습을 상상해 보기만 해도 우스울 것이다. 그러나 궁하면 통한다고, 다른 나라 관광객을 붙잡고 손짓 발짓을 해가며 사정을 하여 목적을 이루었을 때의 승리감이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아무튼 어느 곳에서는 유로도 통하지 않고 꼭 자국(自國)의 화폐만 요구하니 그 또한 유념하지 않으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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