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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일기(동,식물)326

봉은사 홍매화 남녘의 꽃소식에 마음만 들뜨다가 서울 봉은사에도 홍매화가 피었다는 소식을 듣고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에 혼자 봉은사를 찾았다. 역시 꽃을 보러 나온 많은 진사님들이 꽃 주위를 에워싸고 영각옆에서 만개한 홍매는 멀리서도 한눈에 뜨일만큼 화려했다. 아무리 추워도 그 향기를 팔지 않는다는 매화의 향기에 취했다 온 날이다, 2021. 3. 6.
우리집에 온 손님 지인이 키우던 반려견과 반려묘를 사정상 며칠 보호해 주게 되었다. 작년에 이십년 가까이 키우던 봄이와 바람이를 앞서거니 뒤서거니 보내고 고통에 몸부림치던 아픔을 다시는 보기 싫어서 굳이 외면하고 살았던 반려견들이었다. 반려견 구름이와 냥이는 한집에서 같이 살아서인지 형제처럼 다정했다. 무엇보다 경계심이 많은 냥이는 한동안 제집에서 나오지도 않더니 이틀후 부터는 호기심이 많아 온 집을 다 헤집고 다녔다. 반려견 구름이는 워낙 붙임성이 좋아 전혀 낯도 가리지 않고 아무에게나 다가가서 안기고 애교를 부렸다. 그러니 말성을 피워도 미워 할수가 없다. 이 아이들이 온 날부터 집안에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활기가 생겼다. 그러나 굳이 마음을 다잡고 정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중이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한번 인연을 맺.. 2021. 3. 4.
수족관 나들이 요즈음 ‘불멍’ ‘물멍’ 이야기를 많이 한다. ‘불멍’은 모닥불이나 장작불을 피워놓고 혼자 타들어 가는 불을 보며 멍하게 있는 것이다. ‘물멍’도 물을 보며 멍하게 있는 상태로, 방송에서 한사람이 수족관 물고기를 그저 바라보는 일상을 소개하면서 이야깃거리가 되기도 했다. 설 연휴가 너무 무료해서 멀리는 못가고 남들이 한다는 수족관 나들이로 물멍을 경험해 보았다. 암튼 시간은 잘갔다. 2021. 2. 14.
붉은 애기동백 붉은 애기동백 정민기 무슨 시름 겨울밤처럼 깊어 대낮인데도 환하게 불 밝히고 있나 앞다퉈 우르르 몰려오는 바람 걸리적거리는 눈 벗어버리고 빈 몸으로 눈부시게 서서 자장가 들려오지 않는 긴긴 겨울을 애기는 잠 못 이루고 한낮 동백이 되었구나 푸른 잎 사이로 빛 새어 나오는 애기동백나무 세찬 바람 불어도 빛 걸어 잠글 새 없이 가로등처럼 소등되고 만다 이제 설연휴가 시작되는군요 가족도 만나지 못하게 하는 명절이지만 조금만 더 참고 기다리면 좋은 날이 오겠지요. 블친여려분 모두 새해 복많이 받으시고 행복한 명절 보내시기를요 2021. 2. 9.
가을의 연지에서 가을 연지에 나가 보았다. 봄에는 연둣빛 연싹들이 고물고물 올라오는것이 너무 예뻤는데 가을 연지에도 단풍으로 물드는 수생식물들이 많았다. 늦게 꽃망울을 터트리는 늦둥이들도 있고 그곁에서 스러지는 생명도 있었다. 2020. 10. 29.
식물원의 여름꽃들 기억의 자리 나희덕 어렵게 멀어져간 것들이 다시 돌아올까봐 나는 등을 돌리고 걷는다 추억의 속도보다는 빨리 걸어야 한다 이제 보여줄 수 있는 건 뒷모습뿐, 눈부신 것도 등에 쏟아지는 햇살뿐일 것이니 도망치는 동안에만 아름다울 수 있는 길의 어귀마다 여름꽃들이 피어난다 키를 달리하여 수많은 내 몸들이 피었다 진다 시든 꽃잎이 그만 피어나는 꽃잎 위로 떨어져내린다 휘청거리지 않으려고 걷는다, 빨리 기억의 자리마다 발이 멈추어선 줄도 모르고 예전의 그 자리로 돌아온 줄도 모르고 2020. 9. 2.
늙은 해바라기 해바라기 /이윤학 자기 자신의 괴로움을 어떻게 좀 해달라고 원하지 않는 해바라기여 죽는 날까지 뱃속이 까맣게 타들어가도 누군가를 부르지 않는 해바라기여 누군가를 원망하지 않는 해바라기여 너 말라죽은 뒤에 누군가 잘못 알고 허리를 끊어 가리라. 너는 머리로 살지 않았으니 네 머리는 땅속에 있었으니 뱃속을 가득 채운 씨앗들이 너의 전철을 밟더라도 너의 고통을 답습하더라도 너는 평생 동안 가장 높은 곳에 가장 먼 곳에 통증을 모셔놓고 살았으니 2020. 8. 12.
오월의 작약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식물원이나 장미원도 개장을 안하기에 오월의 꽃 작약을 못보고 지나는가 했다. 그러나 인천대공원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작약을 만나니 어찌나 반갑던지 옛날 고향집 뒤란에 피었던 어머니의 웃음 같은 꽃 지금도 어디선가 이렇게 활짝 웃어주실 것만 같다. 2020. 5. 30.
겹벚꽃이 있는 풍경 집에서 멀지않은 동네에 가족들과 밥을 먹으러 갔다가 뜻밖의 겹벚꽃을 만났다. 오월의 산과 들은 연녹색으로 반짝이고 탐스런 벚꽃송이가 눈과 마음을 행복하게 해준 날이었다. 2020. 5. 8.
봄날은 간다. 어느해이던가 소백산에서 처음 눈맞춤한 산철쭉인 분홍꽃이 너무 인상적이었는데 산중도 아닌 무덤가에서 흐드러지게 피었다가 떨어지는 분홍철쭉을 만났다. 분홍 꽃처럼 고고하고 아름답게 살다간 사람이었는지 그의 무덤가에는 연분홍 꽃잎이 꽃비가 되어 날리고 있었다. 연분홍 치.. 2020. 4. 28.
사월의 연지에서 사월의 연지는 아직 쓸쓸하다. 이제 막 봄물이 들기 시작한 연지에는 생명이 움트는 소리가 들리고 연둣빛이 감돌기 시작한다. 저마다의 색으로 다가오는 봄기운을 느끼며 텅빈 충만을 느껴본다. 연둣빛으로 물들어 막 올라오는 연잎을 기대하고 갔으나 이곳에는 아직 수련잎 밖에 볼 수.. 2020. 4. 20.
자목련 자목련 도종환 너를 만나서 행복했고 너를 만나서 고통스러웠다 마음이 떠나버린 육신을 끌어안고 뒤척이던 밤이면 머리맡에서 툭툭 꽃잎이 지는 소리가 들렸다 백목련 지고 난 뒤 자목련 피는 뜰에서 다시 자목련 지는 날을 생각하는 건 고통스러웠다 꽃과 나무가 서서히 결별하는 시.. 2020. 4.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