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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139

너에게로 가는 길 너에게로 가는 길 너에게로 가는 길엔 자작나무 숲이 있고 그해 겨울 숨겨둔 은방울새 꿈이 있고 내 마음 속에 발 뻗는 너에게로 가는 길엔 낮은 침묵의 초가가 있고 호롱불이 애절한 추억이 있고 저문 날 외로움의 끝까지 가서 한 사흘 묵고 싶은 내 마음 속에 발 뻗는 너에게로 가는 길.. 2019. 1. 6.
서리꽃 서리꽃 어느 때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숨이 막히도록 아름다운 풍광과 마주할 때가 있다. 눈마저 귀하던 삭막한 어느 겨울날. 물안개를 기대하며 새벽 강가를 찾았는데 이상한 나라에 온 것처럼 하얀 세상이 되어있었다. 초라하고 볼품없던 나무들이 온통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듯 치장.. 2019. 1. 3.
파도와 조약돌 조약돌에게 파도는 매일 찾아오는 친구이자 동반자였다. 그러나 어찌 매일 좋기만 하겠는가. 때로는 부드럽게 속삭이듯 어루만지다가 때로는 사나운 기세로 몰아치듯 덮치다가 서로 순한 양처럼 화해도 하였다. 그래도 세월은 가고 모난 돌도 둥글게 깎이며 그렇게 그들은 늘 함께하였.. 2018. 12. 29.
11월의 시 11월의 시 이외수 세상은 저물어 길을 지운다. 나무들 한 겹씩 마음 비우고 초연히 겨울로 떠나는 모습 독약같은 사랑도 문을 닫는다. 인간사 모두가 고해이거늘 바람은 어디로 가자고 내 등을 떠미는가 상처깊은 눈물도 은혜로운데 아직도 지울 수 없는 이름들 서쪽하늘에 걸려 젖은 별.. 2018. 11. 2.
올해도 과꽃이 피었습니다. 올해도 과꽃이 피었습니다. 정말 꽃밭 가득 예쁘게 핀 과꽃을 보고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릅니다. 예전에 과꽃은 어디서나 친근하게 볼 수 있는 정감 가는 꽃이었지요. 가을이 되면 앞마당이나 뒤뜰에, 하물며 좁은 골목길에도 넘치게 피었지요. 유난히 꽃을 좋아하셨던 어머니를 그립게 .. 2018. 10. 7.
꽃무릇 꽃무릇 무덥던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시작되면 산천을 붉게 물들이는 꽃이 있다. 가슴에 맺혔던 상처를 피멍으로 토해내듯 진홍색 강렬한 색채로 산자락을 물들이는 꽃무릇. 어쩌다 절집 근처에 화려한 꽃의 군락지를 이루었을까. 꽃은 잎을 보지 못하고, 잎은 꽃을 보지 못해 서로 애타.. 2018. 9. 19.
마중물 마중물 옛집 앞마당에는 수도 대신 펌프가 있었다. 땀을 흠뻑 흘리고 들어와 펌프질을 하려면 아무리 급해도 마중물 한바가지를 부어야 물이 올라왔다. 혼자서는 아무리 힘을 써도 제구실을 못하던 펌프도 마중물을 만나면 신이 나서 넘치도록 물을 끌어 올렸다. 무더운 여름날 갈증을 .. 2018. 8. 19.
그 섬에 가고 샆다. 그 섬에 가고 싶다. 멀리 떨어진 미지의 땅. 그 섬에 가고 싶었다.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정현종의 짧은 시처럼 섬처럼 살고 싶은 때가 있었다. 되돌아보니 삶을 송두리째 흔들던 절망은 더 단단해지기 위한 시련이었고, 상처는 삶을 보듬기 위한 훈련이었다. .. 2018. 7. 14.
감자꽃 감 자 꽃 강원도 외진 동네를 걷다가 연분홍색 꽃밭을 만났다. 처음엔 무슨 꽃인 줄 몰라 철없이 예쁘다고만 했다. 누군가 하얀 감자꽃의 모가지를 따주었고 배고팠던 설움이 생각나서 울컥 했다는 말을 듣고야 허기진 사람들을 달래주던 감자밭 인줄 알았다. 꽃이 진자리에는 모두 열매.. 2018. 7. 14.
아름다운 공존 아름다운 공존 대나무가 빽빽한 초록의 숲에 어쩌다 소나무 한그루가 끼어서 자라고 있다. 두 나무는 팔을 벌려 서로를 껴안듯이 휘감고 있었다. 원래 소나무가 자라던 땅에 대나무가 싹을 퍼트려 그의 땅을 점령하였는지 모르겠으나, 얽히고설켜 함께 살아가는 길을 택했던 게다. 우리.. 2018. 5. 11.
老木의 위로 노목(老木)의 위로 썩은 말뚝도 땅에 꽂아두면 잎이 돋는다는 사월 옛집으로 가는 언덕배기에 올라서면 봄물이 오른 복사꽃 한그루가 환하게 반겨준다. 열매도 맺지 못하는 노목(老木)이 누굴 위해 해마다 저리도 화사하게 꽃을 피우는지 모르겠다. 객지에서 이리 차이고 저리 치이며 힘.. 2018. 4. 12.
안개낀 봄날 봄날은 멀리 서성이는 안개로부터 온다. 알 듯 하면서도 잡히지 않는 모호함 속에 쉽사리 실체를 드러내지 않는 강과 나무들 안개가 가득한 날에는 풀리지 않는 미궁 속에 빠져 조금씩 숨겨진 실체를 찾아가는 기쁨을 맛본다. 2018. 3.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