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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139

자작나무 숲 자작나무 숲 한 향 순 성급하게 꽃망울을 터트린 봄꽃들이 하나 둘 꽃잎을 떨구면, 꽃이 진 자리에서 연둣빛 잎사귀가 고물고물 삐져나오는 신록의 계절이 온다. 몇 달 동안 모든 것을 단절시킨 바이러스의 두려움에서 숨을 죽이고 칩거하던 사람들은 숨통이라도 트이고 싶어 호젓한 산.. 2020. 5. 19.
탐매여행 탐매 여행 한 향 순 올 겨울은 큰 추위 없이 넘어 가려나 싶더니 늦추위가 남아 다가오는 봄을 시샘한다. 그래도 우수가 지나고 경칩이 가까이 오면 땅속에도 생명이 움트는 봄의 기운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마른가지에는 수액이 조금씩 흐르고 겨우내 수북이 쌓였던 낙엽더미에도 촉.. 2020. 3. 21.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은 와서 여기저기 꽃을 피우지만 얼어붙은 우리의 봄은 언제 올 것인지.... 편안한 사람들을 만나 밥을 먹고 차를 마시는 사소한 일상들이 힘들어지고 나서야 소중했던 것임을 다시 깨닫는다. 2020. 3. 2.
외딴 섬 사람이 사람을 의심하고 사람이 사람을 기피하는 동안 안개속의 섬은 길이 끊기고 망망대해에 외딴 섬이 되어간다. 이일을 어이 할거나 언제쯤 섬에 길이 열리고 다시 사람의 발길이 이어질런지 2020. 2. 28.
두려움의 벽을 넘어 두려움의 벽을 넘어 날마다 갖가지 소문들로 무성하고 두려움은 점점 커져간다. 지금 세상은 보이지 않는 적들과 치열한 전쟁 중. 두려움의 실체는 어디에 있으며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사람이 사람을 의심하고 사람이 사람을 기피하는 동안 어느새 섬처럼 고립된 사람들. 말없이 벽.. 2020. 2. 23.
폭 설 폭 설 어느 겨울 남이섬에 촬영을 하러갔다가 아침에 일어나니 눈이 내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사락사락 내리던 눈발이 점점 굵어지더니 끝내 온 세상을 하얗게 덮으며 휘몰아치듯 내렸다. 앙상하게 헐벗은 나무에도 벤치에도 눈은 순식간에 쌓여 길이 보이지 않았다. 설경을 찍는다고 좋.. 2020. 1. 15.
나목의 노래 나목의 노래 끝없이 넓은 벌판에 서있는 나무들이 우~우 노래를 한다. 노래가 아니라 어쩌면 안으로 울고 있는지도 모른다. 모든 것을 내어주고 빈 몸 빈 가지로 삭풍을 견디는 나무들 꽃을 피워내느라 자기를 낮추고, 열매를 맺느라 몸을 숙이던 나무는 잎도 열매도 모두 내려놓고 이제 .. 2019. 11. 22.
억새꽃 억 새 꽃 오세영 흐르는 것이 어이 강물뿐이랴. 계곡의 굽이치는 억새꽃밭 보노라면 꽃들도 강물임을 이제 알겠다. 갈바람 불어 석양에 반짝이는 은빛 물결의 일렁임, 억새꽃은 흘러흘러 어디를 가나. 위로 위로 거슬러 산등성 올라 어디를 가나. 물의 아름다움이 환생해 꽃이라면 억새꽃.. 2019. 10. 27.
담쟁이 담 쟁 이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 2019. 10. 20.
바다의 신기루 바다의 신기루 일 년에 몇 번 신기루처럼 나타났다 사라지는 모래섬이 있다. 섬은 늘 바다 속에 잠겨 있다가, 심한 간조가 되면 수면 위로 떠오르는 바다의 신기루이다. 전설의 모래섬에 내리자 바람과 파도가 뒤엉켜 춤을 추던 흔적이 나그네를 반겨준다. 바닷물이 채 빠지지 않은 넓게 .. 2019. 9. 11.
봄날의 고독 봄날의 고독 화사한 꽃들이 서둘러 진자리에 연둣빛 잎새들이 돋아난다. 여린 나뭇잎엔 윤기가 흐르고 가벼운 바람에도 마구 수런거린다. 죽은 듯싶던 나무에 새순이 돋고 숲은 새 생명을 키우느라 분주하다. 매년 봄은 돌아오건만 한번 가신님은 다시 오지 않고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 2019. 9. 11.
오월 5월 어느날 목필균 산다는 것이 어디 맘만 같으랴 바람에 흩어졌던 그리움 산딸나무 꽃처럼 하얗게 내려앉았는데 오월 익어가는 어디 쯤 너와 함께 했던 날들 책갈피에 접혀져 있겠지 만나도 할 말이야 없겠지만 바라만 보아도 좋을 것 같은 네 이름 석자 햇살처럼 눈부신 날이다 ​ 2019. 5.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