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모음195 집수리를 마치고 집수리를 마치고 열흘 동안 북새통을 치며 공사를 하던 집수리가 드디어 끝났다. 언제부터인가 아파트 거실바닥에 거뭇거뭇한 얼룩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하더니 그것은 마치 암세포가 퍼지듯 검은 반점이 되어 점점 크게 번져갔다. 아마도 거실 바닥 밑에서 습기가 생겨서 썩고 있는 것이라는 짐작이.. 2009. 7. 24. 꽃은 피고 또 지고 꽃은 피고 또 지고 그동안 세상은 온통 꽃 천지로 물들어 있었다. 연녹색과 진초록의 나뭇잎 사이로 연분홍 산 벚꽃과 하얀 조팝나무, 그리고 수줍은 새댁의 볼연지 같은 복사꽃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온 산야를 물들이고 있었다. 아직은 사월인데 다른 해보다 빨리 온 더위 탓인지 봄꽃들은 마치 경.. 2009. 7. 24. 남에게 웃음을 주는일 남에게 웃음을 주는 일 며칠째 벼르던 퍼머넌트를 하기 위해 미장원에 들렸다. 여전히 그곳은 나이든 손님들로 붐비고 칠십을 바라보는 원장님은 오늘도 건강한 웃음을 지으며 반겨주었다. 유난히 머리카락이 가늘고 숱이 없어 파마가 잘 나오지 않는 나는, 석 달에 한 번쯤 단골 미장원으로 나들이를.. 2009. 7. 24. 두려움에 대하여 두려움에 대하여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지 연일 삼십 도가 웃도는 날씨다. 더위를 잊을 생각으로 텔레비전을 켜니 대부분 공포 영화나 납량 극을 하고 있었다. 그것을 보다가 사람이 공포를 느끼거나 두려움을 갖게 되면 체온이 올라가서 상대적으로 서늘한 느낌을 갖게 된다는 말.. 2009. 7. 24. 어머니의 다변 어머니의 다변(多辯) 며칠 전, 친정어머니가 우리 집에 오셨다. 날씨가 추워지자 혼자 계신 집이 더 썰렁할 것 같아 따뜻한 우리 아파트에서 지내시라고 모셔 온 것이다. 원래 성격이 깔끔하셔서 어지간하면 딸네 집에서도 주무시고 가시는 성격이 아니지만, 요번에는 어머니도 느긋하게 마음을 먹고 .. 2009. 7. 23. 문조의 죽음 문조의 죽음 “엄마! 어쩌면 잔인하게 그럴 수가 있어요?” 외출을 했다 허둥지둥 들어오니 딸애가 눈물까지 글썽이며 원망과 비난조로 말했다. “왜 무슨 일이 있었니?” 나는 심상치 않은 아이들의 기색에 놀라 정색을 하고 물었더니 “베란다에 나가보세요.” 하고는 제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왜.. 2009. 7. 23. 동생에게 보내는 편지 동생에게 보내는 편지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동생에게 편지를 쓰리라 마음을 먹었다. 펜을 들고 한참을 망설인 끝에 그 동안 잘 지내고 있느냐고 공허한 인사말을 쓰고는 그냥 멍하니 앉아 있었다. 몸은 아프지 않은지, 밥은 제대로 먹고 있느냐고 묻고는 또 막막해진다. 무엇인가 위로가 되고 따뜻.. 2009. 7. 23. 내가 생각하는 불교 내가 생각하는 불교 불교는 우리 생활 속에 너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어서 굳이 종교라는 생각보다는 사람이 바르게 살아가는 길을 알려주는 법도(法道)로만 인식하고 있었다. 젊을 때부터 산과 여행을 좋아하던 내가 낯선 길을 떠나서 만난 것은 으레 산수(山水) 좋은 곳에 자리 잡은 산사와 암자.. 2009. 7. 23. 겨울산 겨 울 산 아파트 숲 너머로 의연하게 버티고 있는 하얀 산을 본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어 낯익은 배경의 소품 같던 “구룡산”의 모습이 오늘은 더욱 정겹게 느껴진다. 마치 객지에서 방황을 하던 나그네가 고향을 그리워하듯, 바쁜 일상에 쫓겨 자주 오르지 못했던 산이 그리움으로 묻어나기 때문이.. 2009. 7. 18. 이보다 좋을순 없다. 이보다 좋을 순 없다. 내가 즐겨보는 TV프로 중에 “인간극장”이라는 것이 있다. 보통사람들의 이야기를 휴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엮어서 보여주는 프로인데, 나는 한 주일 동안 그들의 삶에 빠져서 같이 울고 웃는다. 거기에는 기구하고 별난 삶도 있고 거룩하고 숭고한 삶도 있다. 그리고 정말 가.. 2009. 7. 18. 잔혹한 역사앞에서 잔혹한 역사 앞에서 그날따라 햇볕은 작열하듯 따갑게 내리쬐고 있었다. 빨간 벽돌 건물이 줄지어있는 정문 앞에는 철제로 된 간판이 붙어 있었는데 “일을 하면 자유로워진다.”라는 문구가 폴란드어로 적혀있었다. 그것은 독일 나치들이 유태인들을 죽이는 날까지 노동현장으로 끌고 가서 효과를 .. 2009. 7. 18. 고독한 바다의 나그네 고독한 바다의 나그네 첫사랑의 기억. 그것은 보랏빛처럼 아련하고 애틋하며 그리고 아픈 기억이다. 그 기억을 더듬어 글을 쓰려니 새삼스레 마음이 설레고 가슴이 아려온다. 그를 생각하면 어쩐지 앨런 포우의 "애너밸 리"란 시가 연상처럼 떠오른다. 바닷가 왕국에서 쓸쓸하게 죽어간 애너밸 리가 .. 2009. 7. 18. 이전 1 ··· 11 12 13 14 15 16 1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