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모음195 그때 그시절 그때 그 시절 추억의 골목길을 지나 좁은 계단을 오르자 오래전에 보았던 산동네가 나타났다. 연탄과 등유를 파는 가게와 공중변소가 보이고, 다닥다닥 붙어있는 달동네 집들이 거기에 있었다. 이렇게 좁은 방에서 어떻게 그 많은 식구가 기거 할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의 방에는 이불이 .. 2009. 9. 13. 누군가를 위해서 누군가를 위해서 올 여름은 유난히 비가 잦았다. 지구가 뜨거워지면서 우리나라도 아열대성 기후로 변하는 징후라고 하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한 여름뿐 아니라 9월로 접어들면서도 맑고 쾌청한 하늘보다는 시커먼 구름을 몰고 오는 반갑지 않은 가을비가 오랫동안 찔끔거렸다. 한창 벼가 익고.. 2009. 9. 6. 이별을 준비하는 마음 이별을 준비하는 마음 며칠 전 여행을 다녀오느라 비행기를 오래 탄 일이 있다. 지루한 시간을 대비하여 읽을 책도 꾸렸고 TV나 음악을 듣기 위해 이어폰도 챙겼다. 그러나 그날따라 날씨가 나빠서인지 기체는 가만히 있지 못하고 마구 요동을 쳤다. 기장(機長)의 양해를 구하는 안내 방송을 들어서 미.. 2009. 9. 6. 씨뿌리는 사람 씨 뿌리는 사람 눈부신 노란색의 태양이 빛을 발하며 후광처럼 떠오르고 있었다. 하늘도 온통 황금색으로 빛나고 흙을 파헤친 넓은 밭은 선명한 파란색과 흰색, 황토색이 섞여진 비현실적인 땅 같았다. 거기에 모자를 쓴 사내가 성큼성큼 활기차게 걸으며 씨를 뿌리고 있었다. 그 사내는 어떤 수확을 .. 2009. 9. 6. 그녀의 작품 그녀의 작품 오늘은 두 여사님들과 식사를 하기로 한 날이다. 먼저 도착한 박여사가 “이것 제 작품인데요.”라고 수줍게 말하며 두툼한 상자를 내밀었다. 엉겁결에 받아들긴 했지만, 그 경황에 작품이라니 도무지 짐작이 되지 않아 궁금하기만 했다. 상자의 겉모습만 보고는 전혀 무엇인지 예측 할 .. 2009. 8. 30. 힘을 빼는 일 힘을 빼는 일 요즘 매일 아침이면 나는 가방을 챙겨서 수영장으로 향한다. 물이 두렵고 싫어서 그렇게도 수영 배우기를 꺼려했는데, 의사 선생님의 권고로 할 수 없이 늦게나마 시작하였다. 열 살이 되던 해 여름, 아버지를 따라 바다에 나가 튜브를 타고 놀다가 물에 빠져서 크게 놀란 적이 있었다. 그.. 2009. 8. 30. 화해의 손을 내밀며 화해의 손을 내밀며 K형! 폭염주위보로 땀을 흘리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팔에 감기는 바람의 감촉이 가을의 문턱에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곧 짙푸르던 나뭇잎들은 수액을 거두고 결실을 위해 시들어 갈 것이고 풀벌레들은 마지막 항거를 하듯 목이 아프도록 울어 대겠지요. 그렇게 계절이 바.. 2009. 8. 30. 나는 수필을 어떻게 쓰는가.( 이상은 "불씨"에 수록된 글) 나는 수필을 어떻게 쓰는가? 우선 제대로 된 수필 한편도 못 쓰는 제가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자격이 되는지 의문스럽지만 수필을 쓰는 사람들의 숙제라고 생각하고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글이란 걸 쓸 때는 그저 가슴에 응어리진 이야기를 쏟아내는 심정으로 폭포수.. 2009. 8. 12. 추억의 목소리 추억의 목소리 “찹쌀떡~ 메밀묵~” 오늘도 어김없이 구성진 목소리가 불야성을 이룬 아파트 숲을 맴돌고 있다. 작년 겨울 맨 처음 이 소리를 들었을 때 나는 내 귀를 의심했었다. 우렁차면서도 어딘가 설움을 가득안고 끊어질 듯 이어지는 목소리의 톤이나 색깔이 어쩌면 삼십년 전하고 그리도 비슷.. 2009. 8. 12. 감사하는 마음 감사하는 마음 시내에 나가기 위해 오랜만에 버스를 기다렸다. 집 근처에 지하철역이 가까이 있어서 주로 지하철을 이용했는데, 오늘은 피곤하기도 하고 약속시간도 넉넉하여 좌석 버스를 타기로 했다. 예상은 했었지만 삼십분쯤을 기다려도 버스가 오지 않아 지하철을 타려고 막 걸음을 옮기는데, .. 2009. 8. 12. 닫힌 공간 속에서 닫힌 공간 속에서 며칠 동안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고 있다. 수확을 앞둔 계절을 시샘이라도 하는 것처럼 여러 곳에서 많은 비 피해가 났다고 한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 기온도 많이 내려가고 낙엽이 지면서 가을이 깊어지리라. 우중이라도 찬거리는 사와야 될 것 같아 현관을 나와 엘리베이터를 .. 2009. 8. 12. 삭정이의 울음 삭정이의 울음 한밤중에 울음소리 때문에 눈이 떠졌다. 잠결에 들린 소리는 분명히 누군가 애절하게 흐느껴 우는 울음소리였는데, 이제는 아무 기척도 들리지 않는다. 누가 이 밤중에 울고 있던 것일까. 아파트의 아래층이나 위층에 아픈 분이 계시는 것일까. 신경을 곤두세우고 귀를 기울여 봐도 남.. 2009. 8. 12. 이전 1 ··· 9 10 11 12 13 14 15 ··· 1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