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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139

결실의 계절 결실의 계절 어느덧 팔에 감기는 바람이 선뜻하다. 늦서리에 가을걷이가 끝났는지 부뚜막 위에 얹혀있는 늙은 호박과 마늘 고추, 모과 열매들이 정겹게 다가온다. 한여름 뙤약볕과 비바람을 이겨낸 농산물의 결실이 고맙고, 땀 흘려 일한 고된 농부의 노고가 느껴진다. 우리 인생의 아름.. 2017. 10. 12.
메밀꽃 필 무렵 메밀꽃 필 무렵 구월이 되면 메밀꽃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설레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막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효석의 글이 떠오르고, 누군가를 만날 것 같은 달밤에 메밀꽃을 보려고 봉평으로 내달리곤 했다. 삼.. 2017. 9. 15.
해바라기 해바라기 뜨거운 태양 아래 도열해 있는 해바라기의 물결을 보면 아주 오래 전, 우크라이나의 끝없는 해바라기 벌판에 서있던 소피아 로렌이 떠오른다. 사랑하는 이를 찾아 먼 이국의 땅까지 찾아갔지만 그냥 발길을 돌려야 했던 슬픈 해바라기 같은 사랑 사는 것이 너무 지치고 힘들 때 .. 2017. 8. 26.
연꽃 연꽃 칠월이 되면 초록색 넓은 이파리 위로 수없이 분홍색 꽃망울을 피어 올리는 넓은 연 밭에서 보물찾기를 한다. 또르르 연잎에 떨어진 수정구슬 하나. 환한 웃음 지으며 노란 속살을 보여주는 분홍빛 연꽃을 누가 진흙탕에서 건져 올린 보물이라 하던가. 그저 모진 세월 감내하며 살다.. 2017. 7. 21.
찔레꽃 향기 찔레꽃 향기 유월이면 고향의 산과 들에 구름처럼 하얗게 피어나던 찔레꽃. 그리움이 사무쳐서 가시가 되고 소복을 한 언니처럼 슬프도록 하얀 꽃. 뒷마당 가시덤불 속에 숨어서 향기로 존재를 먼저 알리던 찔레꽃 그래서 어떤 이는 목청껏 노래를 불렀지 “찔레꽃 향기는 슬퍼요. 그래.. 2017. 6. 25.
감사하는 마음 감사하는 마음 만물이 소생하는 신록의 계절 죽은 듯싶던 고목에도 새순이 돋고 온 산천이 파스텔 톤으로 물든다. 긴 겨울 추위에 죽지 않고 다시 피어난 야생화도 감사하고 다시 찾아온 철새도 반갑다. 그리고 오월은 감사를 되새김하는 달이다. 무탈하게 커주는 어린이들에게도 존재만.. 2017. 5. 10.
수줍은 진달래 수줍은 진달래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듯이~ 노래라도 한곡 부르고 싶은 나른한 봄날. 때 이른 진달래가 꽃망울을 터트렸다. 속내를 감추지 못한 여린 꽃잎을 짓궂은 바람이 마구 흔들어 놓고 간다. 새아씨 볼처럼 수줍은 진달래는 긴 속눈썹 길게 내려 깔고 무슨 생각에 잠겼는지.. 2017. 4. 28.
매화의 향기 매화의 향기 아직 추위도 그대로이고 거리풍경도 황량한데, 벌써 남녘에는 매화가 꽃망울을 터트렸다. 아무리 겨울이 춥고 길어도 매화는 계절을 시기하지 않고 봄을 준비하였다. 매서운 눈보라와 한파 속에서 그 마른 나뭇가지 어디에 눈부신 꽃망울을 잉태했는지 그저 대견하고 신비.. 2017. 3. 18.
고니의 비상 고니의 비상 흔히 백조로 불리던 천연기념물 고니. 하얀 고니 떼가 강을 거슬러 오르고 있다. 큰 몸집을 추스르며 뒤뚱거리던 고니들이 목을 곧추 세우고 꺼이꺼이 울음소리를 내더니 날개 짓을 하며 이륙을 한다. 고니들은 대열을 정비하여 편대를 이루더니 하늘을 날아오르며 우아한 .. 2017. 2. 6.
새해 소망 새해 아침에는 솟대도 마음을 가지런히 하고 힘차게 솟아오르는 일출을 기다린다. 가장 어두운 좌절 끝에서 태양과 함께 길어 올린 희망 한 줄기. 마을의 수호신처럼 긴 장대에 높이 앉아 저 멀리 떠오르는 힘찬 태양을 보던 솟대도 올해는 모두 평안하라고 새해 소망을 빌어본다. 한 향 .. 2017. 1. 1.
연밥 벌집 같은 연밥은 알맹이 텅 비워내고 껍질만 남긴 채 하얀 서리 맞으며 밤새 울었을 것이다. 연꽃이 한여름 뙤약볕 아래 화려하게 꽃을 피운 건 저 그릇에 연밥을 채우기 위한 것인가. 햇볕과 바람과 빗방울로 뜸을 들인 연밥을 누구에게 내어주고 빈 몸으로 누었는가. 지금은 무서리 맞.. 2016. 12. 22.
산수유 봄이 오기도 전, 삭풍을 맞으며 나무의 꿈처럼 노랗게 피어나는 산수유. 잎이 나기도 전에 노란 꽃을 피우더니 꽃이 진자리에 초록빛 열매를 맺는다. 가을이 오면 초록열매가 수줍어 빨갛게 단풍이 들고 갈바람에 이파리를 모두 떨군 노목은 몸에 좋다는 빨간 열매를 매달고 늦가을 우중.. 2016. 12.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