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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모음/수필집(불씨)57

동생에게 보내는 편지 동생에게 보내는 편지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동생에게 편지를 쓰리라 마음을 먹었다. 펜을 들고 한참을 망설인 끝에 그 동안 잘 지내고 있느냐고 공허한 인사말을 쓰고는 그냥 멍하니 앉아 있었다. 몸은 아프지 않은지, 밥은 제대로 먹고 있느냐고 묻고는 또 막막해진다. 무엇인가 위로가 되고 따뜻.. 2009. 7. 23.
내가 생각하는 불교 내가 생각하는 불교 불교는 우리 생활 속에 너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어서 굳이 종교라는 생각보다는 사람이 바르게 살아가는 길을 알려주는 법도(法道)로만 인식하고 있었다. 젊을 때부터 산과 여행을 좋아하던 내가 낯선 길을 떠나서 만난 것은 으레 산수(山水) 좋은 곳에 자리 잡은 산사와 암자.. 2009. 7. 23.
겨울산 겨 울 산 아파트 숲 너머로 의연하게 버티고 있는 하얀 산을 본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어 낯익은 배경의 소품 같던 “구룡산”의 모습이 오늘은 더욱 정겹게 느껴진다. 마치 객지에서 방황을 하던 나그네가 고향을 그리워하듯, 바쁜 일상에 쫓겨 자주 오르지 못했던 산이 그리움으로 묻어나기 때문이.. 2009. 7. 18.
이보다 좋을순 없다. 이보다 좋을 순 없다. 내가 즐겨보는 TV프로 중에 “인간극장”이라는 것이 있다. 보통사람들의 이야기를 휴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엮어서 보여주는 프로인데, 나는 한 주일 동안 그들의 삶에 빠져서 같이 울고 웃는다. 거기에는 기구하고 별난 삶도 있고 거룩하고 숭고한 삶도 있다. 그리고 정말 가.. 2009. 7. 18.
잔혹한 역사앞에서 잔혹한 역사 앞에서 그날따라 햇볕은 작열하듯 따갑게 내리쬐고 있었다. 빨간 벽돌 건물이 줄지어있는 정문 앞에는 철제로 된 간판이 붙어 있었는데 “일을 하면 자유로워진다.”라는 문구가 폴란드어로 적혀있었다. 그것은 독일 나치들이 유태인들을 죽이는 날까지 노동현장으로 끌고 가서 효과를 .. 2009. 7. 18.
고독한 바다의 나그네 고독한 바다의 나그네 첫사랑의 기억. 그것은 보랏빛처럼 아련하고 애틋하며 그리고 아픈 기억이다. 그 기억을 더듬어 글을 쓰려니 새삼스레 마음이 설레고 가슴이 아려온다. 그를 생각하면 어쩐지 앨런 포우의 "애너밸 리"란 시가 연상처럼 떠오른다. 바닷가 왕국에서 쓸쓸하게 죽어간 애너밸 리가 .. 2009. 7. 18.
영양보충 영양 보충 오늘은 친구들 모임이 있어 오랜만에 명동에 나갔다. 25년 전에 한 동네에 살면서 신앙생활을 통해 가까워진 친구들인데, 세월이 지나다보니 모두 동서남북으로 뿔뿔이 흩어져 살게 되었다. 나처럼 수도권에 살고 있는 사람도 있고 신도시에 사는 사람도 있다 보니, 자연히 교통도 편하고 거.. 2009. 7. 17.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내일이면 드디어 아들이 혼례식을 올리게 된다. 며느리가 될 아이 집에서 택일(擇日)을 하여 보낸 후 초조하게 기다린 몇 달이 지나고, 그날이 바로 내일로 다가온 것이다. 이제 하루만 지나면 아들은 평생의 반려자를 만나 백년가약(百年佳約)을 맹세하고 어른이 되는 것이다. .. 2009. 7. 17.
푸른 강물처럼 푸른 강물처럼 모처럼 하늘은 쾌청하게 맑아서 마치 가을하늘처럼 높아 보였다. 한강변에는 지루하던 장마가 잠시 주춤한 사이를 틈타 운동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점점 활기를 띠고 있었다. 축구나 농구공을 들고 나와 파란 잔디밭에서 시합을 벌이는 젊은이들의 “우아!”하는 함성이 활기차게 들리.. 2009. 7. 17.
찔레꽃 향기 찔레꽃 향기 뒷산을 오르자니 어디선가 찔레꽃 향기가 은은하게 배어 나왔다. 어느 숲속에 숨어 있어 눈에 확 뜨이지는 않지만, 가만히 살펴보니 초록으로 엉켜있는 풀숲에 하얀 찔레꽃이 수줍은 듯 피어서 향기를 내뿜고 있었다. 화려하지는 않으나 떠나온 고향을 생각나게 하는 꽃. 그 꽃은 우리에.. 2009. 7. 17.
열사의 모래바람 열사(熱沙)의 모래 바람 작년 여름은 유난히 무더웠다. 몇 십 년 만의 혹서라고도 하고, 지구가 점점 뜨거워져서 일어나는 기상이변이라고도 했다. 그런데다가 가뭄까지 겹쳐서 농민들은 물론 모든 사람들의 가슴을 태우고 목마르게 했다. 우리 집 거실 한쪽에는 열사의 나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 2009. 7. 17.
나를 위로해준 말없는 친구 나를 위로 해준 말없는 친구 올해는 추위마저 이른 것 같다. 가을이 아직 끝자락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데 벌써 겨울이 삐죽 고개를 내밀고 있다. 하기는 입동이 코앞에 있으니 추울 때도 되었지만, 갑자기 닥친 추위 때문인지 가슴까지 시려오는 느낌이다. 점퍼 깃을 올리며 숲 속으로 들어가는 오솔길.. 2009. 7.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