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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모음/수필집(불씨)57

무를 뽑으며 무우를 뽑으며.... 한 향순 짧아진 가을볕이 아쉬워 해가 기울기전에 부지런히 무를 뽑는다. 그리고 어머니와 밭고랑에 걸터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총각무와 순무를 다듬는다. 밭에서 갓 뽑아낸 무를 다듬다가 맛있어 보이는 것은 껍질을 벗겨 어머니께 잘라 드리기도 하고, 한입 베어 물면 달.. 2009. 7. 13.
강이 있는 그림 강이 있는 그림 한 향 순 우리 집 식탁에 앉으면 마주 보이는 곳에 그림 한 점이 걸려 있다. 집안일을 끝내고 커피라도 마시면서 습관처럼 바라보는 그림은 언제나 친근한 고향을 대할 때처럼 잔잔한 기쁨을 안겨 준다. 지금은 한강대교로 불리고 있지만, 전에는 제일 한강교로 불리던 철재(鐵材)다리.. 2009. 7. 13.
불씨 불 씨 오늘 아침이었다. 요즘 들어 자주 겪는 건망증 때문에 무엇을 찾느라고 집안을 뒤지다가 엉뚱한 장소에서 생소한 꾸러미를 찾게 되었다. 비닐봉지로 묶은 다음 여러 겹의 봉지로 포장을 했는데 도무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문갑 깊숙이 보관한 것을 보니 중요한 물건 인 것 같아 가슴을 설레며 .. 2009. 7. 13.
마음으로 하는말 마음으로 하는 말 한 향순 그날은 집에 손님들을 초대한 날이었다. 저녁 식사 준비를 하기 위해 메모까지 해가며 찬거리를 사왔는데도 일을 하다 보니 몇 가지 빠뜨린 것이 있었다. 약속시간은 가까워 오는데 혼자서 식사준비를 하다 말고 다시 시장에 가야 한다는 것은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었다. .. 2009. 7. 13.
달맞이꽃을 보며 달맞이꽃을 보며 아침부터 바람 한 점 없는 찌는 듯한 날씨였다. 친구에게서 달맞이꽃을 보러 오지 않겠느냐고 전화가 걸려 왔다. 나는 야생화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예전에 어떤 문우의 글에서 달빛을 받아 달맞이꽃 망울이 터지는 소리가 마치 음악 소리 같았다는 수필을 읽은 적이 있어서 그 꽃.. 2009. 5. 3.
순애 이야기 순애이야기 버스터미널까지 순애를 배웅하고 집에 들어오니, 순애가 가져온 짐 보따리가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아까 그 애가 일일이 가르쳐주며 봉지를 열어 보였는데도 그때는 건성으로 들었는지 꾸러미들은 생소해 보였다. 새삼스레 그것들을 하나씩 풀어보니 고춧가루가 한 되쯤 들어있고 깨와 .. 2009. 5. 3.
장미와의 화해 장미와의 화해 오늘은 병원에 가는 날이다. 내가 다니는 대학병원으로 가는 거리에는 여러 가지 풍경이 있다. 흥겨운 음악과 춤의 축제가 있는가하면 묵묵히 앉아 초상화를 그리는 화가도 있다. 가끔은 노천에 무대를 마련하고 연극을 하는 실험극도 볼 수 있다. 언제나 젊은이들이 마음껏 낭만을 즐기.. 2009. 4. 25.
여러개의 모습 여러 개의 모습 한 향 순 우리 집 근처에는 양재천이라는 작은 개천이 흐르고 있다. 옛날에는 제법 수량도 많고 물도 맑아서 물고기가 살았을 것 같지만 지금은 물이 많이 줄어들고 더러워져서 그저 생활하수가 흐르는 개천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지저분하던 곳을 얼마 전 도시 정비 사업으로 제방.. 2009. 4. 25.
책 머리에 책 머리에 꽃들이 피어나는 신록의 봄인가 싶으면 더위가 오고, 긴 장마의 지루함에 하품을 하고 나면 어느새 조락의 계절이 다가왔습니다. 하수구에 마구 흘려버린 물처럼 시간은 빠르게 새고 세월의 강은 모든 기억을 휩쓸어 갈 것 같아 겁이 났습니다. 보잘 것 없이 평범한 삶이었지만.. 2009. 4.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