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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모음/수필집(불씨)57

친구의 아픔 친구의 아픔 친구와 헤어져 밖으로 나오니 쏟아지는 햇빛으로 눈이 부셨다. 나는 멍하니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비온 후의 쾌청한 날씨처럼 파란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다. 발걸음을 옮기며 조금 전에 친구와 나누었던 얘기들을 곰곰이 생각해 본다. 정말 사람의 운명이란 것은 태어날 때부터 정.. 2009. 8. 4.
소리로 어둠의 빛을 소리로 어둠의 빛을 얼마 전 텔레비전에서 어느 시각 장애자의 음악세계를 다룬 프로를 보았다. 빛을 볼 수 없는 여건에서도 여러 가지 악기를 다루며 많은 곡을 만들어 세계 음악제에 출품하여 수상하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무심코 화면을 보다가 언젠가 만난 적이 있는 청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 2009. 8. 4.
군살을 빼야지 군살을 빼야지 언제부터인가 체중이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던 것이 오십이 넘고 나서는 한계에 도달했는지, 오늘은 의사 선생님이 건강을 위하여 체중을 줄이라고 충고한다. 나는 처녀 때부터 가냘픈 몸매는 아니었다. 지금처럼 살이 찐 것은 아니었지만, 동네 어른들이 보시면 복스럽게 생.. 2009. 8. 4.
나를 사로잡는 것들 나를 사로잡는 것들 말없는 몸짓의 언어. 춤에 매료되기 시작한 것이 언제부터였을까. 맏이로 태어난 나는 무척이나 소심하고 내성적인 아이였다. 어렸을 적, 우리 집에 처음 손님이 찾아오면 인사하기가 부끄러워 변소로 숨어들 만큼 수줍음이 많던 아이였다. 학교에 들어가서도 있는지 없는지 모르.. 2009. 8. 4.
상처와 용서 상처와 용서 오랜만에 산에 올랐다. 늘 보던 나무들이고 자주 걷던 익숙한 길인데도, 오늘 따라 아주 새롭고 경이롭기까지 한 느낌은 무엇 때문일까.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 동안 몰라보게 나뭇잎이 푸르게 변하였고, 그간 숨어있던 꽃들도 봉우리를 터트리고 누군가 보아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 2009. 8. 4.
특별한 초대 특별한 초대 요즘 매주 목요일이 되면 설레는 마음으로 찾아가는 곳이 있다. 그는 나를 귀한 손님으로 정중하게 초대하기에 흐트러진 머리도 가다듬고 옷매무새도 고치며 오랜만에 해후하는 연인을 만나러가듯 내 마음은 달콤한 기대에 잔뜩 부풀러 있다. 그는 더러 처음 대하는 사람처럼 아주 낯선 .. 2009. 7. 24.
집수리를 마치고 집수리를 마치고 열흘 동안 북새통을 치며 공사를 하던 집수리가 드디어 끝났다. 언제부터인가 아파트 거실바닥에 거뭇거뭇한 얼룩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하더니 그것은 마치 암세포가 퍼지듯 검은 반점이 되어 점점 크게 번져갔다. 아마도 거실 바닥 밑에서 습기가 생겨서 썩고 있는 것이라는 짐작이.. 2009. 7. 24.
꽃은 피고 또 지고 꽃은 피고 또 지고 그동안 세상은 온통 꽃 천지로 물들어 있었다. 연녹색과 진초록의 나뭇잎 사이로 연분홍 산 벚꽃과 하얀 조팝나무, 그리고 수줍은 새댁의 볼연지 같은 복사꽃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온 산야를 물들이고 있었다. 아직은 사월인데 다른 해보다 빨리 온 더위 탓인지 봄꽃들은 마치 경.. 2009. 7. 24.
남에게 웃음을 주는일 남에게 웃음을 주는 일 며칠째 벼르던 퍼머넌트를 하기 위해 미장원에 들렸다. 여전히 그곳은 나이든 손님들로 붐비고 칠십을 바라보는 원장님은 오늘도 건강한 웃음을 지으며 반겨주었다. 유난히 머리카락이 가늘고 숱이 없어 파마가 잘 나오지 않는 나는, 석 달에 한 번쯤 단골 미장원으로 나들이를.. 2009. 7. 24.
두려움에 대하여 두려움에 대하여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지 연일 삼십 도가 웃도는 날씨다. 더위를 잊을 생각으로 텔레비전을 켜니 대부분 공포 영화나 납량 극을 하고 있었다. 그것을 보다가 사람이 공포를 느끼거나 두려움을 갖게 되면 체온이 올라가서 상대적으로 서늘한 느낌을 갖게 된다는 말.. 2009. 7. 24.
어머니의 다변 어머니의 다변(多辯) 며칠 전, 친정어머니가 우리 집에 오셨다. 날씨가 추워지자 혼자 계신 집이 더 썰렁할 것 같아 따뜻한 우리 아파트에서 지내시라고 모셔 온 것이다. 원래 성격이 깔끔하셔서 어지간하면 딸네 집에서도 주무시고 가시는 성격이 아니지만, 요번에는 어머니도 느긋하게 마음을 먹고 .. 2009. 7. 23.
문조의 죽음 문조의 죽음 “엄마! 어쩌면 잔인하게 그럴 수가 있어요?” 외출을 했다 허둥지둥 들어오니 딸애가 눈물까지 글썽이며 원망과 비난조로 말했다. “왜 무슨 일이 있었니?” 나는 심상치 않은 아이들의 기색에 놀라 정색을 하고 물었더니 “베란다에 나가보세요.” 하고는 제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왜.. 2009. 7.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