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4079 창 가에서 창(窓) 가에서 한 향순 햇볕이 따사로운 아침이다. 정신없이 북새통을 치르고 남편과 아이들이 집을 나간 후, 잠시 쌓인 일거리를 접어둔 채 커피를 끓여 거실 창 앞으로 나온다. 늘 그렇듯 선 채로 창 밖의 모습을 꼼꼼히 둘러보며 천천히 차를 마신다. 왼쪽으로는 고압선 철탑 밑으로 줄줄이 늘어선 .. 2009. 7. 15. 희망을 안고 오릅니다. 희망을 안고 오릅니다. 올해 여름은 유난히 덥고 긴 것 같다. 아직도 한낮에는 곡식과 과일을 여물게 하려고 햇볕이 따갑지만 얼마 안 있으면 더위도 수그러들고 물기가 걷히면서 나뭇잎들은 싱싱함을 잃을 것이다. 오후 늦게 한낮의 열기를 피해 산으로 오르는 숲 속으로 발길을 옮긴다. 어젯밤 내린 .. 2009. 7. 15. 다림질 다 림 질 한 향 순 이마에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며 다림질을 한다. 바람 한 점 없이 후덥지근한 날씨에 다리미에서 뿜어 나오는 열기로 등허리는 땀으로 흥건하다. 기승을 부리는 더위를 조금이라도 피해보려고 많은 사람들이 산과 바다를 찾아 연일 도시를 빠져 나가고 있다. 예전 같으면 나도 마음이.. 2009. 7. 15. 만남의 인연 만남의 인연 한 향 순 얼마 전 텔레비전에서 어떤 연예인이 어린 시절의 은사님을 찾아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찡해왔다. 그 프로는 유명한 연예인이나 성공한 스타들이 어릴 적에 짝사랑하던 동창이나 보고 싶은 친구를 찾아내어 재회하는 흥미위주의 프로였다. 그러나 그 날의 주인공은 .. 2009. 7. 15. 나목의 의미 나목(裸木)의 의미 한 향 순 그곳으로 가는 길은 하얗게 눈을 뒤집어 쓴 나무들과 그것을 품은 설산(雪山)이 굽이굽이 이어져 있었다. 표지판을 따라 꼬불꼬불한 고개를 넘다보니, 동양화 같은 산자락에 포근히 안긴 하얀 건물이 나타났다. 사방은 병풍처럼 산으로 둘러져 있고 아늑한 분지 같은 곳에 .. 2009. 7. 15. 생명의 노래 생명의 노래 한 향 순 우편함에 묵직하게 꽂혀있는 책을 발견했다. 정기구독을 하는 잡지이거나, 책을 낸 문우들의 증정본일 것이라고 생각하며 무심히 꺼내보니 낯익은 친구의 필체가 반갑다. 포장을 뜯으니 깨알처럼 쓴 정겨운 글이 나온다. “사람이 살고 죽는 게 덧없습니다. 꽃이 피고 지는 것도 .. 2009. 7. 15. 익숙한 몸짓들과 이별을 고하며 익숙한 몸짓들과 이별을 고하며 아침에 눈을 뜨면 혹시나 하며 이불을 젖히고 다리부터 살핀다. 예전처럼 벌떡 일어나던 건강한 다리이기를 간절히 기대하면서... 그러나 여전히 오른쪽 무릎은 산모의 얼굴처럼 퉁퉁 부어 있고, 침과 부항을 뜬 자리가 푸르죽죽하게 멍으로 남아 마치 무언의 데모를 .. 2009. 7. 15. 환락의 도시 라스베가스 환락의 도시 라스베가스 하루 종일 사막을 달려 도착한 라스베가스 는 낮에 보니 그저 평범한 도시처럼 보였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사람들이 온 종일을 달려서 사막 한가운데 있는 이곳으로 모이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라스베가스는 125년 전에 몰몬교도들이 정착하여 도시를 건설하.. 2009. 7. 14. 모하비 사막을 달리다. 곡창지대와 사막을 달리다. 아침을 먹고 일찌감치 프레즈노를 출발하자 끝도 안보이게 이어지는 넓은 밭뿐이었는데, 거의가 아몬드나 옥수수 밭이라고 했다. 그런데 규모가 얼마나 넓은 지 끝이 보이지 않아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다. 모든 농작물은 기계화가 되어 있어 대량생산을 하고 .. 2009. 7. 14. 요세미티 국립공원 요세미티 국립공원 TV에서 많이 보았던 요세미티 국립공원은 당연히 호기심을 자극하여 커다란 기대감을 안고 출발을 하였다. 그러나 면적만도 삼천 킬로미터가 넘는다는 공원은 차로 달리는데도 가도 가도 끝이 없었다. 주로 소나무처럼 생긴 “레드우드”와 “세코아”라는 나무가 많.. 2009. 7. 14. 호숫가의 아침 호숫가의 아침 한 향 순 꿈결인 듯 낯선 소리에 눈이 떠졌다. 어느새 동이 텄는지 집안은 훤하게 밝았다. 화들짝 놀라 옆자리를 보니, 새벽잠이 없는 남편은 벌써 산책이라도 나간 모양이다. 눈을 비비며 커튼을 젖히고 나니 건너편의 숲과 호수가 기지개를 켜며 알몸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때서야 비.. 2009. 7. 14. 호칭에 대하여 호칭에 대하여 한 향 순 약속시간에 늦을까봐 초조한 마음으로 버스에 올랐다. 예상했던 것처럼 좌석버스 안은 만원이라 빈자리가 없었다. 비가 와서 우산과 핸드백에 오늘 전해줄 물건까지 들고 서있으려니 이리저리 중심을 못 잡고 차가 쏠리는 대로 몸이 기우뚱거린다. 이런 상태로 한 시간 이상을.. 2009. 7. 14. 이전 1 ··· 334 335 336 337 338 339 340 다음